살다가 몇 번은 촛불을 켜게 되지.
어린 시절에는 전기가 나갔을 때
요즘은 섣달그믐날 저녁을 밝힐 때나
간절한 소원이 있을 때,
떨리는 양손으로 흔들리는 촛불을 감싸안게 되지.
촛불은 바람에 일렁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제 몸을 태우지, 키가 점점 작아지지
하지만 촛불은 사라지지 않아
촛불을 들고 걸어가다 보면
또 다른 촛불을 만나게 되지.
백 개, 천 개, 만 개의 촛불이 만나
이 추운 겨울을 건너가게 하지.
살다가 몇 번은 촛불을 켜게 되지
가슴 졸이면서 지키게 되지
사람들 마음속에서 촛불은 영영 꺼지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