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넌?
나는 왜 살아가는 걸까요?
막 성인이 되었을 무렵, 주위 사람들에게서 술을 마시면 살이 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그 말을 믿었다가, 소화불량이 더 심해지는 바람에 몇 년을 고생하며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대체로 식사는 푹 퍼진 누릉밥이었는데, 물론 맛은 없었지만 일단 살기 위해서는 뭐든 먹어야 했습니다. 예상대로 살은 더 빠져서, 이때 저의 몸무게는 역대 최저치인 36kg까지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모든 의욕을 상실한 저는 다니던 대학교까지 그만뒀습니다. 그 후 게임에 푹 빠져 살았고,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아르바이트는 제가 성인으로서 책임져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였습니다. 만약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면, 평생을 자괴감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이십 대 중반이 되자 다시 술자리를 즐겨했습니다. 소주로 딱 세 잔. 그것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알코올의 전부였습니다. 나름대로 술잔을 넘기는 요령을 터득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벽까지 놀다가 귀가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새벽 첫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우리 집은 전철역에서 약 5분 거리로 꽤나 가까운 편이었고, 횡단보도를 지나 작은 육교를 건너면 바로 집이 보였습니다.
여름날의 산들바람은 적당히 서늘해 기분을 좋게 했습니다. 아래로 졸졸 흐르는 작은 개천과 경쾌한 참새들의 지저귐은 한데 어우러져 새벽의 정취를 물씬 풍겨냈습니다. 조금 전 술자리에서 있었던 우스운 장면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그러다 고개를 들고서 텅 빈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죽고 싶다."
불현듯 나타난 목소리에 급히 가던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온몸을 휘몰아쳤습니다. 제가 이토록 놀랐던 이유는, 그 생각이 '나'라고 여기는 실체로부터 파생된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생각들 사이에서 저는 우연히 다른 누군가의 생각을 엿본 것만 같았습니다.
그것은 분명 저의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제가, 어떻게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그날, 저는 제 안에서 낯설고도 이질적인 무언가와 처음으로 마주쳤습니다. 우리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어서 지금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마음의 눈이 떠진 바로 그 순간, 비로소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Part 1. 숨은 나를 찾아서
※ 지속적으로 글을 다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