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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넌, fiction 18화

활짝 핀

by 유리킴 디자인

활짝 핀


천일홍과 철쭉이 핀

조붓한 계단에

저녁이 떨어진다


짙어진 보랏빛에

발목이 잠긴다


차오르는 것들은 처연하다


석양이 내려앉은 산기슭

거친 물살의 여울목

가지 끝 흐드러진 목련

내일이 오면 이지러질 보름달


목련이여, 커다랗고 흰 눈물을 내 진흙의 발목에 떨궈다오

나는 쉬이 풀어져 흘러가리


꽃들의 포효처럼

주홍빛, 선홍빛, 진홍빛으로

또다시 여울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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