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세대의 당돌한 실무 에세이-회사
Political Correctness의 잣대가 난무하는 세상 '토종'이란 단어로 스스로를 묘사할 수 있는지 조심스럽지만, 그것에 대한 나만의 정의는 '유년기에 영어 교육 시기를 놓친, 예를 들어, 영유(영어 유치원), 영어 학원, 해외연수, 유학 등의 경험이 전무한, 그러나 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 국적의 성인'이다.
'토종'이라는 단어 대신 '이민 1세대'라는 대안적 단어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이번 이야기의 목적은 나의 경험을 토대로 언어가 완벽하지 않은 해외취업 준비생에게 동기부여 특성상 입에 착 달라붙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었다. 부디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토종'이라는 단어의 이면에는 '내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요.'라는 문장이 숨겨져 있다.
돌이켜 보면, 7년 동안 회사 영어에 대한 자신감은 비약적으로 늘었다. 예를 들어, 화상 회의나 실제 미팅 때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다든지, 질문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바로 대답’한다든지 (그것이 정확한 답변이든 아니든), 사무실 내 책상 전화 벨소리에 '심장소리가 예전처럼 쿵쾅거리지 않는다’든지, 회사동료 또는 임원들과 마음껏 ‘사소한 대화’*를 나눈다든지 등이다.
*Small Talk
그렇다면, 밴쿠버 건축 디자인 회사에서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한국인의 연봉 인상률은 어떨까?
나는 현업 7년 차이고, 직급은 중간 직책의 Intermediate Technologist이다. 이직으로 인한 특수한 연봉 인상률과, 같은 이유로 성과의 평가 기간이 1년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연봉 인상률은 별표*로 별도 표시했다.
2018년 10월 - 2019년 06월: 2.68%
2019년 06월 - 2020년 06월: 0% (코로나 팬데믹)
2020년 06월 - 2021년 06월: 10.14%
2021년 06월 - 2022년 06월: 14.04%
2022년 06월 - 2023년 10월*: 23.08% (이직)
2023년 10월 - 2024년 02월*: 2.67% (3개월 만에 연봉 인상)
2024년 02월 - 2025년 02월: 3.35%
저년차 때와 이직 이듬해(2025년 02월)만 제외하고는 만족한 만큼의 연봉을 인상시켰다. 만 6년 동안 직접적으로 연봉을 인상시켜 달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으며, 2025년 연봉 협상 때만 조심스럽게 그 의사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7년 동안 만족할 만큼의 연봉 인상률은 '성실함'이었다.
2018년 10월 - 2019년 06월: 2.68%
(참석자: CD, KN, ES)
이 회사는 인사고과가 매년 6월에 있고, 연봉 협상이 바로 이어졌다. 나는 신입사원이었고, '부끄러움을 아는 태도'와 겸손의 태도를 장착한 여느 한국인으로 당시 주어졌던 2.68% 연봉 인상에 흡족해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부족한 영어 때문에 잘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성실히 일했었다. (이 회사는 직원 해고가 잦았다.)
하지만 돌아볼 때 1년 동안 성실하게 일했다면, 당시 회사로부터 책정된 연봉 인상률 보다 더 요구하는 것이 맞았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3-4%의 인상을 기대하거나 요구했을 터이다. 이 점은 현 회사에 신입으로 채용된 한국인 후배에게 ‘내가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못하게’ 확인시켰다.
*보너스: 0
2019년 06월 - 2020년 06월: 0%
세계적으로 유례없던 역사적인 코로나 팬데믹의 해였다. 내가 기억하기로 캐나다는 2020년 3월부터 전국 단위 Lock-Down에 돌입했는데, 회사도 전원 재택근무 시스템으로 전환하였다. 프로젝트들이 중단되지 않았지만, 회사는 이 틈을 타 인원 감축에 돌입했다. 물론 나는 살아남았지만, 몇몇 로컬 동료들이 Lay-Off 당했다. (위에서 언급했듯 해고가 잦은 회사였다.) 코로나 시국 회사 정책상 금년의 임금 인상은 없다는 전체 이메일을 받았고, 나는 잘리지 않은 것에 스스로를 기특해하면서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돌이켜 보면, 회사의 정책은 옳지 않았다. 코로나 타격으로 프로젝트들이 중단된 것이 아니었으므로, 임시 해고된 동료들의 일감을 남아있는 인력이 떠안아야 했었다. 일을 더 많이 하고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것: 전 직원 임금 동결은 남아있던 피고용자에게 매우 불합리한 처우였다.
*보너스:0
2020년 06월 - 2021년 06월: 10.14%
(참석자: SW, DO, KN)
이 때는 어엿한 3년 차였기 때문에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가 오지 않을까’하는 공포감은 사라졌더라도, 여전히 영어가 불편했고, 이번 인사고과 미팅 때 나의 심정을 조심스럽게 내비치었다. 하지만 쿨한 매니저는 ‘영어는 시간이 지남으로써 해결될 것이다.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라는 말을 해주었다.
코로나가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아 재택근무가 계속되었지만, 회사는 전 해의 의사결정이 불합리(?)했던 것을 인지했었는지, 그 해 내가 1-2년 차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일했음에도 10%라는 연봉 인상을 시켜주었다.
*보너스: 1,500불
2021년 06월 - 2022년 06월: 14.04%
(참석자: CD, KN)
이 해는 연봉협상 시기까지 재택근무를 했으나, 2022년 하반기부터는 회사로 출근하였다. 이때의 인사고과와 연봉 협상은 내 매니저의 이직으로 인한 부재 때문에 사장이 직접 참여했다. 이때 사장이 나에게 희망 연봉을 물었었는데, 나는 수줍게 웃으며 'I am very happy.'라고 대답하며, '물가 상승률 이상'이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답에는 나의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이었고, 당시 인플레이션이 8% 정도*로 기억했기 때문에, 이 수치만 맞혀주더라도 나는 손해 보지 않는 장사(?)였다.
*구글 검색상 2022년 캐나다 인플레이션은 6.8%
그때 내가 연봉을 더 불렀다면 회사는 받아들였을 것이다. 당시 사장은 배석한 인사담당자를 옆에 두고 '모든 사람들이 너와 일 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칭찬을 했었는데, 협상해 볼만했었지만 사나이의 배포가 부족했다. 하지만 역사에 가정은 없다. 그러나 이 날을, 캐나다에 있으면서 가장 행복했었던 날로 지금까지 여기고 있다.
*보너스: 2,000불
2022년 06월 - 2023년 10월*: 23.08% (참석자: SW)
이 인상률은 조금 특수한데, 이직으로 인한 높은 인상률이었다. 경력자의 이직 연봉은 최소 10,000불을 염두한다. 나는 10,000불 보다 더 많은 연봉을 요구했고, 승낙된 잡오퍼를 받았다. 전 회사에서 카운터오퍼가 들어왔었지만, 현재 회사를 택했다.
이 시기 전 회사의 인사고과 평가 후 연봉 협상 회의가 오랫동안 잡히지 않아, 나를 비롯한 동료들의 불만감이 매우 컸었다. 조금 늦어지나 싶어 7, 8월까지 기다렸었지만 소식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 나는 이직을 하게 되었고, 그 해 11월 즈음 연봉 인상이 있었다고 전해 들었다.
*보너스: 0 (이직)
2023년 10월 - 2024년 02월*: 2.67%
(참석자: NC, KB, ED)
이직 후 일한 지, 석 달 만에 연봉 협상 회의에 불려 갔다. 새 회사의 인사고과 평가는 매년 11-12월, 연봉 통보 회의는 매년 2월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3개월 일한 성과로 2.67% 연봉 인상을 통보받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보너스'였다. 물론 보너스도 별도로 나왔다.
*보너스 2,000불
2024년 02월 - 2025년 02월: 3.35%
(참석자: NC, KB, ED)
충격적으로 적은 연봉 인상률이었다. 혹시나 연봉 인상률 통보가 기대에 못할 것을 대비해 협상용 멘트를 준비했다. 회의에서 제시된 연봉 인상률이 기대에 전혀 못 미쳤기 때문에, 준비한 대사를 읊었으나 임원들로부터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들의 방어(?) 논리는 일부분은 납득이 되었다.
하지만 책상으로 복귀한 뒤 모욕감이 들기 시작했는데, 다른 동료들의 오른 연봉도 나와 비슷한 것을 전해 듣고는 개인적 모욕감이 회사에 대한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그 실망감은 이 회사에서 계속 머물러야 할지 여부까지 파고든 상황이다.
*보너스: 3,000불
어느 해 인사고과 때 매니저가 말했던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 영어는 확실히 는다. 이번 편 연봉 인상률 후기를 준비하면서, 연봉에 대한 생각과 회사에 대한 마음가짐이 바뀌었음을 느꼈다. 저년차 때는 부족한 영어와 저숙련의 경험도로 자신감이 결여되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이 두 가지는 극복이 되었다. 이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자신감 상승은 연봉 인상에 대한 기대와 회사에 요구를 하게 된다.
따라서 해외 취업 준비생이 있다면, 해외 건축회사 저년차가 있다면, '성실함'만 장착했으면 한다.
다음 편은 본편 중 2025년 2월의 연봉 협상에 대한 솔직한 후기와 연장선으로 [밴쿠버 건축회사, 이직에 대한 모든 것]을 연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