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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건축회사, 성장과 이직을 생각하다.

이민 1세대의 당돌한 실무 에세이-회사

by 구워홀러 Feb 18. 2025

 지난 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연봉 인상을 요구하지 않아도, 저년차 이후부터 회사는 내 월급을 제깍제깍 상당한 수준으로 올려주었다. 이직을 하면서 새 회사로부터 기대 이상의 연봉을 책정받았고, 그 이후 1년 꽉 채운 한 해 성과에 대한 연봉 협상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2024년-2025년의 성과는 돌이켜보건대 '보통'이었다. 그러나 회사에 대한 비약적인 공헌은 없었을지라도, 그동안 받아왔던 평균 연봉 인상률은 약 10%였기 때문에 이번 인상률 역시 '학습된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3.5%라는 숫자는 나에게 매우 큰 실망감을 주었고, 나는 극대노-대노-소노-극소노-평안 단계를 겪었다.

SBS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SBS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이번 이야기는 만족스럽지 못했던 연봉 인상 후기와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내가 준비했던 멘트들이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돌아본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직 계획도 세웠다.




극대노

 연봉 협상일이 다가오기 전부터 나는 이미 최소 5%의 인상률을 생각했었다. 낮은 연봉 인상률을 포함한 5년 동안 평균 인상률은 10% 이상. 그렇게 ‘학습된 기대’ 때문에 5%의 숫자를 동의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였다. 그리고 만약의 시나리오로 5% 숫자를 받았을 때, 그 이상인 7-8%의 연봉 증액을 바란다며, 그 이유들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조목조목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의실을 나오면서 작년부터 나에게 스카우트성 제안차 안부를 거듭해 묻던 전 회사 사장 얼굴이 떠올랐다.


대노

 회사동료가 자체 인구통계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 인원이 이번에 5% 미만 연봉을 올렸고, 모두가 불만족하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여기에 회사 시스템상 직무 타이틀 간 최대 연봉 상한선이 있는데, 회사 동료가 마침 여기 해당한 것을 알게 되었다. 작년 그는 10% 연봉 인상을 받았는데, 이번에 그 이상 성과를 올렸음에도 올해의 3% 인상률이 그것이라는 것.


 회사의 정책적 시스템에 대해 개인은 일단 받아들이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조직을 떠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소노

 2024년 7월 자 What is a Good Raise Percentage?라는 취업플랫폼 Indeed의 기사는 올바른 연봉 인상률을 3-5%로 소개했다. 구글 검색 결과 캐나다의 2024년의 평균 인플레이션은 2.4%였고, 현재 2025년은 1.8%라는 물가 상승률이었다.


 앞서 밝혔듯 2024-2025년 회사에 대한 나의 드라마틱한 공헌은 없었고, 더군다나 내가 주로 맡은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설계비가 적은 공공 용도였다는 점, 곧 나의 '보통'의 성과에 대한 회사 측 3.5%의 인상률은 나쁘지 않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극소노

 냉정을 찾은 뒤 다시 돌아본 내 성과는 여전히 '보통'이었다. 30년 이상 쌓은 내공의 임원들은 이미 간파했을 터.


 이직한 뒤 내가 맡은 업무는 전 회사에서 했던 고층 빌딩 프로젝트와 병원 프로젝트의 시공 도면들(Working Drawings) 업무의 연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커리어 성장 곡선에는 변함이 없었다. '병원'이라는 새 용도(Use)의 프로젝트와 'Renovation'이라는 지금까지 다뤄본 적 없는 프로젝트의 목적(Purpose)을 경험한 것만으로 연봉 인상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한 편, 내 Skillsets 중 BIM 항목은 현재 회사가 Cad에서 Revit으로 넘어가는 단계인만큼 회사 표준 Revit Family를 만드는데 일조했고, Revit 입문자 수준 동료들의 개별 질문들을 해결했다. 하지만 이것은 2025년에 연봉을 인상할 성과가 아니었다. 2023년 10월 회사가 나를 채용할 때 이미 기대했던 것. 그들은 당시 내 연봉의 23.08% 상향된 값을 선지불하였다.


평안

 2025년 2월의 연봉 협상 결과는 건축 현업 중년차에게 큰 터닝포인트로 작용되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냉철한 원인-결과 분석 없이 '단지 늘 그랬었기 때문'의 학습된 기대 오류가 얼마나 게으른 태도였는지 깨달았다. 여기에 2025년-2026년 연봉 협상 날, 전 회사에서 늘 받았던 10% 이상 인상률을 되찾기 위한 대비를 세웠다.


 올해부터 회사에서 BIM Lead 격 일을 맡았다. 사소한 Revit 질문들로 내 책상을 찾는 동료들이 이제는 귀찮지 않다. 그들의 질문과 내 해결방안을 기록할 공책을 장만했다. 또한 어떻게 하면 프로젝트에 BIM 최적화를 시킬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내가 그토록 미뤄왔던 Revit Family들에 대해 더 알고 싶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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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현재 프로젝트의 슈퍼바이저 격 동료가 마침 이직하면서, 내가 그 자리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달 뒤가 이 프로젝트의 Building Permit 마감일이고, 그 뒤 따라올 IFT와 IFC, 그리고 공사 시작 스케줄인데 하나하나가 기다려진다.




“그 선생, 코를 납작하게 해 줄 거야.”


중1 때 학교 대표로 영어 경시 대회에 나간 적이 있다. 당시 다른 반 영어 선생님이 대표로 선정된 나를 면전에서 탐탁지 않게 여겼는데, 기분이 몹시 나빠진 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에게 했던 말이다.


회사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겠다는 그 시절 어린 오기 대신, 지금부터 딱 1년 동안 괄목상대 후 떳떳한 10%의 연봉 인상 또는 다른 회사로 이직할 각오가 생겼다.


다음 [밴쿠버 건축회사:담]에 다룰 내용은 실무 아이템 ‘Grid Line의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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