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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네 일상 5화

- 함께 만드는 붕어빵

by 마르와 앨리 Feb 11. 2025

현대 사회에서 붕어빵이란 무엇인가? 겨울철 반짝 수요가 폭발하는 인기템이다. 붕세권 주민들의 인기에 힘입어 붕어빵 사장님들은 신나게 붕어빵을 찍어낸다, 일반적으로는. 이사 온 동네에서 처음 겨울을 맞이하는 만큼, 앨리와 나(마르)는 12월 초입부터 동네의 붕어빵 노점을 모두 섭렵하기에 바빴다. 그러던 중 이 일반적인 붕어빵 수요와 공급 원칙에서 비껴간 붕어빵 노점을 발견했다. 


일단 사장님은 평범한 인상을 가진, 엄마 나이대의 여성이다. 그녀는 5개 들이 붕어빵 틀 2개를 운영하며, 메뉴는 팥붕과 슈붕. 군더더기 없는 메뉴 구성이라 하겠다. 그녀는 결코 넘쳐흐르는 법 없이 반죽을 부어 넣고, 팥과 슈크림 소를 넣을 때는 그의 원칙대로 정량을 모양 잡아넣는다. 그리고 하나의 붕어빵 틀에 팥과 슈크림을 섞지 않는다. 슈붕 2개 & 팥붕 6개 주문이 들어오더라도 틀을 꽉 채워 슈붕 5개를 굽지, 한 틀에 슈붕과 팥붕을 섞어서 만들지 않는다. 이건 그의 원칙이다.


대신 그는 기다리는 고객들을 설득한다. 한 틀에 구울 수 있는 개수를 고려해서, 팥붕 6개가 아니라 팥붕 5개를 가져가면 어떨지 묻는다. 물론 고객이 기다림을 감수하겠다며 거절하면, 그 말대로 기다리면 된다. 그래서 이 노점은 우리 동네 붕어빵 노점 중 유일하게 줄이 늘어선다. 6-7번째 순서로 들어서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추위 속 펭귄처럼 움츠러든 고객들은 9개 사려고 했던 것을 6개로 줄이기도 하고, 남는 개수를 고려해 팥붕과 슈붕 구매 비율을 조정하기도 한다. 


앨리와 나는 붕어빵 대기줄에 들어서며, 시간도 때울 겸 이 재미난 현상에 대한 허튼소리를 시작했다. 왜, 자본주의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균형점에서 가격이 형성된다고 하지 않나. 고객들은 본인의 이윤만 생각하며 적정한 수요를 외치고, 사장님들도 본인의 이윤을 위해 재화를 계속해서 공급하고.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개인들로서 말이다. 그런데 이렇듯 붕어빵 공급을 제한하는 사장님과 본래의 니즈와 달리 적당히 개수를 조정하는 우리들은 뭘까. 이타적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핀트가 다르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나는 이것을 '함께 만드는 붕어빵'이라 부르기로 했다. 

뭔가, 이 붕어빵을 품에 안기까지의 과정에 나도 참여한 것 같달까. 40분을 기다려 얻어낸 붕어빵 6개는 맛있었다. 원래 슈붕을 좋아하지 않는데, 예상치 못하게 구매하게 된 슈붕 맛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사장님은 붕어빵을 전하며, "기다리느라 수고했어요." 하는 말씀도 함께 건네주었다. 무언가를 구매하며 '수고했다'는 말을 듣는 경험이 생소했다. 그 맛도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도 1-2개월 간 이 줄에 주기적으로 합류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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