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세계 최대 주류 수입자이며 판매자이기도 한 LCBO는 미국산 주류를 매장에서 모두 치우고, 캐나다 산을 대신 구매하도록 권하고 있다.
마침 아내와 같이 한국에 머무는 중이었는데, 자주 가는 이마트의 한 켠에 있는 유니클로 매장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는 것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였고, 마요네즈 한 병을 사면서도 원산지 레이블을 확인해야 했다.
평소에 자주 가던 다이소 매장에도 들르지 않았다. 이름이 어딘지 일본색이 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이 회사는 100% 한국 토종 기업이라면서 해명을 냈는데, 나 같은 어설픈 애국자(?)도 꽤 있었던 모양이다.
한번 휘몰아치면 걷잡을 수 없이 몰리는 한국 사람들의 성향에 못 이겨 유니클로는 매장 몇 개를 닫아야 했고, 아사히, 기린 맥주는 한국의 수출을 중단해야 했다.
일본의 지방 자치단체에서는 밀려들던 한국 사람들이 갑자기 관광을 멈추니, 큰일 났다면서 아우성을 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불과 5년이 지난 지금은 안타깝게도 모든 것이 2019년 이전으로 돌아가 버렸다.
한국인의 냄비근성만 보였을 뿐...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역사적 문제와 경제적 자립을 위한 정당한 움직임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경제적 타격을 주고받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캐나다인들은 'Bye American, Buy Canadian'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트럼프가 고율의 관세 부과에 더해, 반복해서 미국의 51째 주가 되어야 한다면서 캐나다 사람의 자존심을 긁어대니 그들의 애국심에 불이 붙은 것이다.
“캐나디안들이 아마 내 제안에 아주 좋아할걸?”이라고 말한 트럼프의 입에 반창고를 붙이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문조사에서는 캐나다 사람들의 10% 정도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똑같은 망언을 해댄 그린란드에서도 하다못해 당장 숨쉬기도 벅찬 가자지구의 사람들도 미국의 일부로 편입되라는 것에 대해서 절대 반대하는 것처럼, 내 땅에서 내 주권을 가지고 사는 것에 대한 가치를 부동산업자 출신인 한 명만 잘 모르는 것 같다.
또 돈만 많다고 선진국은 아닌 것이다.
미국 사람들을 여전히 형제로 생각하지만, 미국이 되는 것은 한사코 싫다는 캐나다 사람들의 정서가 언론 인터뷰에서 나타난다.
‘우리는 우리의 의료 서비스가 좋아요!’ (... 가난한 사람은 아프면 시궁창에나 빠뜨려 넣는 것 같은 그런 나라는 혐오해요)
‘우리는 안전한 우리의 학교가 좋아요!’ (... 공교육 예산을 깎아서 궁극적으로는 몽매한 군중을 양산하려는 이상한 나라는 질색이에요)
‘우리는 테러 위험이 없는 우리나라가 더 좋아요!’
‘역사나 철학이나 인문에 대해서는 무식한 대통령이 없어서 좋아요!’ (돈만 아는...)
한국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생산하는 나라이니 일제 불매 운동이 가능하였지만, 과연 캐나디안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잠깐이라도 미국을 흔들어 놓을 수 있을까?
GDP 기준으로 세계 10위인 캐나다이지만(한국은 12위), 미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75%가 되는 나라가 과연 애국심 하나로 버텨낼 수 있을까?
당장은 트럼프의 행동이 너무 미워서겠지만, 이 휘몰아치는 어려움을 잘 견뎌내고, 먼 스텝으로 보면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제발 한국인들처럼 짧게 끝나서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나도 아내와 상의하여 Amazon도, Netflix도 탈퇴를 했다.
작은 아들이 가입해 놓은 것이지만, 구닥다리 우리에게는 어차피 별 쓸모도 없었다!
(말은 그렇지만, Netflix에서 한국드라마를 몰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Costco 매장에 줄을 대고 살았는데, 이젠 한인 마트를 더 서성거린다.
Shoppers Drug Mart에 가서 비타민을 살 때는 최소한 Prepared in Canada라는 스티커가 붙은 것을 산다. 캐나다는 워낙 오랜 기간 미국하고 한 지붕 두 공장의 제조형태를 갖추다 보니, Canada Origin이나 Canada Product 같은 100% 캐나다 산은 별로 없다.
딸기를 살 때는 미국산인지, 특히, 트럼프의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Florida) 산인지를 가려서 산다.
캐나다에서 제철이 아닌 딸기는 대부분이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 산이라서, 미국산을 피하려면 안 먹는 방법밖에는 없다.
한인마트에 갔는데, 딸기가 엄청 싸게 나온 것을 보고는 아내의 발길이 주춤한다.
딸기는 아내의 최애 과일채소이다.
한국산에 비해 영 맛이 없다고 한탄(?)을 하곤 했는데, 작년부터인가 갑자기 크기가 애기 주먹만 하고, 당도도 확 올라간 놈들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아내의 광대근이 치솟는 중이었다.
"한국산을 미국애들이 들여다 키우나 봐!"
"응, 열심히 드셔!"
그랬었는데...
'Florida Strawberries, Product of USA'라는 스티커를 확인하고는 아내의 손을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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