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ypt | Marsa Alam
이집트에서 가장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이지만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라고 말하고 싶은 마르사 알람을 소개하고 싶다.
카이로에서 차로는 11시간이 걸리고 수단 국경 바로 위에 있는 마르사 알람은 ‘샴엘셰이크‘나 ’ 후르가다’처럼 유럽 휴양객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았으나 홍해를 낀 도시답게 다이빙 샵과 외국인 관광객 대상 호텔이 즐비해있다.
나는 두 차례 마르사 알람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 차례는 차로 이동했고 이후에는 비행 편을 이용했다.
첫 여행은, 미국, 이탈리아 친구와 떠났던 캠핑 여행이었다. 캠핑을 좋아하는 세 명이 모여, 우리는 일주일이라는 휴가를 왕복으로 마르사 알람 캠핑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11시간이라는 이동 시간 때문에 오고 가는 길 1박씩을 홍해 휴양지인 아인수크나, 후르가다로 잡고 마르사 알람으로 가기 위해 카이로를 떠났다. 셋다 첫 마르사 알람 여행이었고, 하루 세끼 식사의 메뉴와 양까지 계산해서 음식을 준비한 우리는 차에 각종 캠핑 도구와 낭만을 실었다.
카이로를 벗어나 홍해 쪽으로 뻗은 아인수크나 방향의 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차가 이상했다. 마침 톨 게이트 근처였기에 고속도로 옆으로 차를 주차하고 보니 오른쪽 뒷 타이어가 펑크가 난 것을 발견했다. 11시간을 운전해서 가야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출발 30분 만에 카이로를 등 뒤에 두고 차가 멈춘 것이다.
우리는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차량을 들어 올리는 유압 자기를 사용해서 차량을 들어올라다 이번에는 자기가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험사는 연락을 해도 오지 않을 시간이었고, 다행히 카이로에서 멀지 않았던 우리는 친구 찬스를 사용해 새 물건이 도착하기를 밤까지 기다렸다.
타이어를 교체하고 우리는 아인수크나에서 예정대로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출발한 우리는 '엘 구나'라는 이집트 억만장자인 나깁 사위리스가 만든 도시에 들렀다. 도시 내에 위치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엘 구나는 개인이 만든 도시답게 도시 입구부터 사설 경비가 지키고 있었고, 경비들은 차체 위에도 베두인용 텐트와 캠핑도구가 가득 올려져 있었고 우리의 차를 세우고는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받은 답변은 엘구나에 위치한 숙소에 묵지 않으면 도시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백만장자가 만든 휴양도시에서 캠핑을 준비한 우리의 차량은 밥조차 먹을 수 없는 행세였다.
우리는 점심을 포기하고 달려야 했다. 마르사 알람의 아부 다밥 지역까지 가서 로지에서 숙박을 하고 괜찮은 캠핑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아부 다밥은 아침마다 스노클링을 하러 가면 바다 안에서 거북이들을 만날 수 있는 거북이와 듀공이 서식하는 곳이었다.
우리는 캠핑장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마르사 알람의 스노클링 명소를 돌아다니고 맹그로브 숲, 알 나이작 등을 다니면서 캠핑을 하는 커플을 만나 캠핑장을 추천받았다. 이집트식으로 하늘이 보이는 오픈 텐트를 설치하고 캠프 파이어도 하면서 식사도 준비하고, 그동안의 사고와 예기치 못한 일들은 잊고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우리는 이웃 캠퍼들에게 배를 타고 나가면 멋진 스노클링 스폿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배를 타러 갔다.
한 업체를 정해서 배를 탔지만,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도 배가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정확히 몇 시에 출발할 것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배는 여기저기 호텔에서 픽업한 유럽 관광객을 다 태우고 나서야 출발했다.
배를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우리는 숨이 막히게 오색찬란한 빛깔을 내는 산호들과 산호를 중심으로 찬란한 물고기들과 수영했다.
마르사 알람에는 듀공이나 돌고래가 무리 지어 살고 있는 돌고래 집, 포인트가 몇 군데 있다. 큰 보트에서 작은 보트로 옮겨 타서 돌고래 집으로 가서 바다에 뛰어들면 30-50마리의 돌고래 떼들이 무리 지어 수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돌고래들과 춤을 추듯 수영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차로 돌아왔다. 그런데 며칠 전에 교체한 타이어와 동일한 위치의 새 타이어가 또 펑크가 나서 축 쳐진 상태였다. 하필 이번에는 모래 바닥에 차를 주차해 둔 상태였다. 우리는 유압 자기를 지지할만한 큰 돌을 찾아 나섰고 주변에서 조개목걸이 등을 팔기 위해 얼쩡거리던 아이들부터 투어를 함께 갔던 팀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가 구한 돌은 차체를 지탱하기에 충분히 단단하지 않았고 돌이 부서지면서 타이어를 교체하던 이탈리아 친구의 팔 위로 차체가 떨어졌다. 친구의 고함소리와 함께 수십 명의 사람이 차로 모여 차체를 들어 올려 친구의 팔이 빠지기를 도왔다.
우리는 타이어를 교체하고 병원을 방문했다. 다행히 골절이나 뼈가 부러지는 사태는 아니었지만 친구는 오른팔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힘들었다. 우리는 마르사 알람에서 5일간 충분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았고 그나마 남아있던 인스턴트 라면까지 불 위에 끓이다 엎어져 버리는 사고를 겪고 다음날 우린 아침 일찍부터 후르가다를 가기 위해 짐을 쌌다. 하지만 짐을 싸면서 이탈리아 친구의 비명을 한번 더 들었다.
이번에 그는 왼손에 전갈을 물려 병원에 가야 했다. 오픈 캠핑을 하던 장소의 주차장에서 전갈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질겁을 했지만 일단 우리는 병원에 가야 했고, 후르가다도 가야 했다.
마르사 알람을 떠나 후르가다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각자 방을 구해 숙박을 했다. 체크인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호텔에서 카드 결제 금액에 0이 하나 더 붙어 결제가 되어 리셉션에 다녀왔고 스위트룸으로 방이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소식을 덧붙였다.
우리는 친구방에 모두 모여 룸서비스를 즐기며 좌충우돌 예기치 못한 일의 연속이었던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후르가다에서 내가 바란 것은 무사히 카이로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어떤 것도 쉽지 않았던 여행이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또 새로운 사람과 장소를 만났고, 돌고래를 만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인생은 어떤 것도 계획대로 되지 않고 예기치 않은 사고와 불행이 발생할 수 있다. 그건 나의 실수가 아니다. 계획을 세웠는데도 여행이 엉망이 되었다고 계획은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여행이 엉망이 되어가더라도 충분히 반짝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예상치 못한 행운이 생길 수도 있으니, 끝만 향해 달려갈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