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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순필 씨 네 어묵집

by 등대지기 Feb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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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낀 외투 사이 한 겨울 매서운

칼바람 비집고 들어와 한참을 달리다

멈춰 서게 한 곳 순필 씨네다


시골집 마당 굴뚝 머리 풀어헤치고는 신나게 춤추는 자욱한

연기 보면 잔치 날인 게 분명 하 듯

순필 씨네 가계에도 한바탕 행복 보따리

풀어헤치는지 성에 낀 창 사이 소주잔 속

웃음소리 요란하다


잠시 망설임 없이 빼꼼히 문 열었더니

순필 씨네 바깥양반 허리 굽혀 반갑게 인사하고

어묵 향기 속 수줍은 마음 날려 보낸다


술잔이 지친 하루 피곤했냐고 물을 때

목구멍으로 타고 내려가는 인생 소주는

꽁꽁 얼었던 마음 녹아내리고

순필 씨네 네온 간판은 내 무거운 어깨

토닥토닥 잠재운다


한낮에 또 찾은 순필 씨네

기나긴 밤 외로운 행인들 친구 되어주느라

많이 지쳤는지 잠 꼬대 하는 소리가

제주도 백록담까지 들려온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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