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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필 씨 네 어묵집
꽉 낀 외투 사이 한 겨울 매서운
칼바람 비집고 들어와 한참을 달리다
멈춰 서게 한 곳 순필 씨네다
시골집 마당 굴뚝 머리 풀어헤치고는 신나게 춤추는 자욱한
연기 보면 잔치 날인 게 분명 하 듯
순필 씨네 가계에도 한바탕 행복 보따리
풀어헤치는지 성에 낀 창 사이 소주잔 속
웃음소리 요란하다
잠시 망설임 없이 빼꼼히 문 열었더니
순필 씨네 바깥양반 허리 굽혀 반갑게 인사하고
어묵 향기 속 수줍은 마음 날려 보낸다
술잔이 지친 하루 피곤했냐고 물을 때
목구멍으로 타고 내려가는 인생 소주는
꽁꽁 얼었던 마음 녹아내리고
순필 씨네 네온 간판은 내 무거운 어깨
토닥토닥 잠재운다
한낮에 또 찾은 순필 씨네
기나긴 밤 외로운 행인들 친구 되어주느라
많이 지쳤는지 잠 꼬대 하는 소리가
제주도 백록담까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