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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미소

微笑

by 서율

나는 밝고 행복한 웃음보다,
어두운 표정이 더 예쁜 사람이었다.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초점 없는 시야의 끝에 오래된 사진첩이 있었다. 마치 홀린 듯 앨범을 집어 들었다.

가장 첫 페이지를 펼쳤다.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는 어린아이.
활기차게 뛰노는 환한 모습의 여자아이.
장난스럽게 브이를 보이는 말괄량이 소녀.
모두 어렸을 적 내 모습이었다.

누구보다 밝게, 누구보다 행복한 듯 웃는 어린 소녀의 웃음이었다. 다 나지 않은 유치가 보이는 미소는 예쁘지 않았지만, 보는 나를 웃음 짓게 해주는 미소였다. 마치 그날의 행복을 전하는.

뒤로 갈수록 난 자라고, 성장하고 있었다. 교복을 입었고, 더 이상 카메라를 보고 귀여운 포즈를 취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웃어 보이며 자연스럽게 노는 모습도 아니었다.
그저 멍 때리는 듯, 아니면 생각에 잠긴 듯.

그런데 왜인지 그런 모습이 더 예뻐 보였다. 왜일까, 맑은 눈과 뽀얀 피부가 도드라지는 모습이라서? 입가에 일말의 미소조차 남지 않은 모습이, 왜 마음에 드는 걸까?

나는 순수하고 환한 웃음보다 어두운 표정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묵묵히 살아가는 이의 표정이 나를 더 잘 설명해 주었다. 예쁜 웃음은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행복보다 불행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지금의 나에게는 한없이 어린 과거의 내가 써놓은 쪽지였다. 과거의 어린 소녀는 내게 전했다,
매일 웃으며 살아가길 바란다고.
평범하게 웃고, 평범하게 미소 지으며.

나는 예쁜 미소를 가진 아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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