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뉴파인스키(Anioł Pański)

작가의 말/ 단편소설

by 명희진

아뉴파인스키(Anioł Pański)는 가톨릭에서 삼종기도(Angelus)라는 전통 기도를 가리키는 폴란드 말이다. 삼종기도는 하루 세 번(아침, 점심, 저녁) 교회 종소리에 맞춰 예수의 탄생을 기억하며 바치는 짧은 기도라고 한다. 나는 천주인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Anioł Pański는 직역하면 “주님의 천사”라는 뜻으로 정오의 기도를 가리킨다고 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소설을 쓴 건 2015년이었다. 그때 우리는 한국에서 일 년을 지내다 유럽으로 돌아왔다. 일 년을 더 한국에서 있게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 해서 조금 실망했을 때였다. 라파엘과는 만난 지 6년쯤이 돼 가고 있었다.


그때 우리에겐 집이 없었다. 회사에서 제공해 준 호텔에서 지내고 있었다. 호텔 앞에 성당이 하나 있었다. 성당에 꼭대기에는 아래를 향해 팔을 벌린 예수의 형상이 있었다. 내가 있던 층이 4층이었는데, 나는 하루 종일 예수와 마주 보고 있었다. 특히 어둠이 깔린 밤이면, 그 경건한 아름다움을 혼자 즐기는 게 과분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겨울이라 밤이 길었다. 유럽의 겨울은 더 길다. 예수의 형상은 하루의 반 이상을 아름다운 간접 조명을 받으며 홀로, 처연히 서 있었다. 그때, 아뉴파인스키가 내게로 왔다. 이야기 속 배경은 폴란드다. 폴란드는 인구의 90프로 이상이 천주교인 도시로 길 어디에나 예수의 형상이 있다. 그 이미지가 소설에 녹아들었다. 어쨌든 소설은 아직까지 발표할 지면을 찾지 못하고 내 파일함에 있었다. 사실 어디에 보내질 않았다. 처음 몇 년은 응모전에 시도를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이 연재를 시작할 때,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라는 중편 소설을 공개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브런치 북 제목도 [가족의 힘에서 푸른 밤까지]라고 지었다. 그런데, 중편을 다시 읽으니 너무 많은 정보와 비문, 정제되지 않은 단어들이 넘쳐 나는 걸 발견했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은 언젠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파일을 다시 닫았다.


[아뉴파인스키]를 다시 읽고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고 있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아프고 즐겁다. 당시 우리는 네덜란드에 정착하려 집을 구하는 중이었다. 차도 없던 시기라 버스를 타고 집을 보러 다니고 인테리어 회사와 미팅을 다녔다. 우리는 두 달 안에 집을 샀지만, 인테리어가 길어져 스튜디오를 구해서 호텔을 나왔다. 스튜디오는 호텔과는 다른 방향이라 예수가 선 성당에 더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있던 스튜디오에서도 성당의 종소리가 들렸다. 그때마다 라파엘은 멈춰 묵례를 했다. 나는 그게 신기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의 손을 잡고 교회 종소리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그 시간이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있다.


이 소설을 읽는 이들에게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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