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ns Thomas/Christof Lauer - Green dance
초록의 위상이 가장 큰 계절을 살고 있습니다. 삭막한 계절동안 딱히 돌보지 않았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잎이 올라 붙어 선선히 흔들거립니다. 어느 때보다 꽃놀이 가자, 초록 보자, 한 낮마다 조금이라도 식물 보는 데 기꺼운 마음도 올라 붙었습니다. 초록을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봄의 특산품입니다.
적당한 볕과 적당한 바람을 타고 점심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정수리 위가 반짝반짝합니다. 테라스에 앉은 사람들은 가만히 화분에 들어앉은 것처럼 의자에 담겨 봄의 특산품을 즐깁니다. 빛과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꼭 나직한 식물이 춤추는 것을 따라 추는 것 같습니다.
On Jens Thomas/Christof Lauer - Green dance
광합성을 따라 합니다. 비타민 작용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 몸은 가끔 식물의 생을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몸의 일들은 사실 아주 단순한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낮의 빛 아래 반짝인다는 것입니다. 속 시끄러운 갖가지 생각도 감정들도 낮을 산다는 기쁨으로 퉁치고, 사지 긴장 풀고 앉아 지구가 도는 속도에 순응하고 태양이 지구를 바라보는 정성 어린 시선 따라 그림자가 부끄러워하며 내 뒤로 숨는 모양새를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그동안 너무 애쓰며 살았습니다. 당신은 그동안 너무 몸부림쳤습니다. 동물의 삶은 뛸 수 있어서 자꾸 누군가를 쫓게 하고 또한 쫓겼습니다. 활발하다고 생각한 움직임이 멀리서 보면 난잡하기 이를 데 없고 요란하게 나 살아있다고 버둥댔으나 너무 많은 힘을 소진했습니다.
초록의 움직임을 따라 양지바른 계단 참에 앉아 숨 쉬고 있는 할머니와 강아지를 봅니다. 정리되지 않은 흰 머리카락이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따뜻하고 시원한 느낌을 동시에 줍니다. 할머니가 오른손을 얹은 작은 강아지의 털도 광합성 중입니다 음악의 리듬에 따라 눈을 껌벅이며 온전히 낮의 축복을 받아들이는 것을 봅니다. 열 걸음 아래 낮은 계단 모서리에는 몇 개의 알록달록한 꽃화분이 흐뭇하게 웃고 있습니다. 가장 볕 드는 곳에는 비둘기 몇 마리가 날개를 말리면서 광합성을 따라 합니다.
나는 이유 없이 감동해 맞은편에 우두커니 서서 느리고 조용한 식물의 삶이 사람과 동물의 몸속에서 봄철 쑥처럼 돋아나는 것을 봅니다.
봄나물을 먹어서 그럴까요? 초록의 생이 가장 환대받는 계절에는 갓 새싹을 피운 식물을 따라 하고 싶습니다. 몇 백 년 된 나무도 이 계절의 특산품을 누리며 어린싹이 햇볕을 사모하는 생때같은 천진함을 갖습니다. 여러 해를 살아도 식물의 생을 배워 한 계절만큼은 새싹의 마음으로 광합성을 배우고 싶습니다. 아직 우리는 입맛을 잃지 않았으며 삶을 사는 이따금씩의 기쁨에 몸을 흔들 수 있습니다.
아직 여린 잎이 흔들거립니다. 그것이 바람 때문인 것을 알지만 또한 잎사귀가 초롱초롱한 건 광합성 때문인 것도 깨닫습니다.
나는 한 번 더 음악을 들으며 양지바른 곳에 앉아 햇볕을 받아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음악과 빛에 내 몸을 맡깁니다. 목적도 이유도 없이 선선히 뛰는 심장 박동이 선율과 함께 평온함에 이르렀습니다.
오늘은 잠시 식물의 생의 즐거움을 배우는 시간, 적당한 볕이 몸을 따뜻하게 데우고 지구와 태양이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순간을 온몸으로 받아들입니다.
한낮의 축복이 넉넉해서 생이 앓던 것도 잠깐 멈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