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운동/꾸준함에 대하여
삐그덕. 삐그덕. 뚝. 뚝.
몸이 뻣뻣하니 움직일 때마다 몸속에서 관절소리가 요란하게 난다.
상체를 트위스트로 비틀며 자연스레 배에 힘이 들어가니 갑자기 방귀가 두 쪽 엉덩이 사이에서 삐죽 나오려는 조짐이다. 방귀가 소리를 내며 뽕하고 터진다면 분명 웃음보도 다 같이 빵 하고 터질 것이다. 저녁 요가시간 매일 보는 사람들이지만 난 쪽팔림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나도 체면이 있다... 방귀야, 제발 나오지 마라! 다시 숨어버려!
괄약근을 마구 조이며 긴장을 더해본다. 다행히 방귀를 내보내지 않고 잘 버텼다.
휴...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요즘 점심시간 필라테스, 저녁시간 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 혼자 남겨질 때면 억지로 점심약속 잡지 않고 운동복을 챙겨 헬스장을 찾는다.
헬스장에 가보면 누가 강제로 시키는 것도 아닌데, 다들 열심히 땀 흘리며 운동한다.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고 끌어당기는 사람들.
쇳덩어리의 둔탁한 소음과 끙끙거리는 신음소리, 골골거리는 목소리가 함께 들려온다.
나의 거친 숨소리와 내뿜는 이산화탄소도 거기에 보태며 열심히 쇠질을 해본다.
몸에 대한 노력과 결과는 정직한 과학과 같다. 인풋(input)이 있으면 아웃풋(output)이 있다. 입력 값만큼 출력 값이 나온다. 여기에 다이어트는 더하기와 빼기, 산수와 같다.
먹는 것이 플러스(+)이고 운동하고 덜 먹는 것이 마이너스(-)라고 하면, 플러스가 많으면 살이 찔 것이고 마이너스가 많으면 살이 빠질 것이다. 덜 먹고 많이 움직여야 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역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물건을 사는 것처럼 지갑만 열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소비적인 것이고, 땀을 흘려야만 얻을 수 있는 보람, 노력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은 생산적인 것이다. 다음날 근육통으로 뻐근해질 것을 알지만 운동을 힘들게 한 날 미세하나마 근육량은 늘어날 것이고 내 마음은 충전되어 오늘 하루 잘 살았다고 자랑하고 싶다.
몸의 컨디션, 체력이 좋아질수록 생채기 나있던 나의 마음과 정신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살려고 운동한다고들 말하는데, 정말 운동하면서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같이 챙기게 되어 살아가게 하는 힘을 얻는다.
꾸준함과 성실함은 운동을 위한 기본 디폴트값이다.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과 중력에 굴복하여 누우려는 나 자신을 어르고 달래어 중력을 거슬러 이겨내고 몸을 일으킨다. 몸을 일으키는 것까지만 해도 많은 의지가 필요한 날이 있다.
나는 사실 뭐든지 시작하다가 그만두는 것이 많았다. 의지가 박약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무관심으로 자꾸 잊어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반백인생 살아오는 동안 하다못해 영양제 먹는 것도 며칠만 챙겨 먹고 잊어버리기 십상이었다.
마음속으로 나 자신과 약속한 많은 것들이 며칠만 반짝 열심히 하고는 바쁘고 쫓기는 일상에 묻혀버리면 흔적도 없이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해 보았다.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것, 끝까지 해내고 싶은 것, 뼈에 사무치게 꼭 해내고 싶다고 결심한 것이 있다면 어떻게든지 나의 시간을 쪼개고 짬을 내어 나의 생활에 일정한 루틴으로 만들고 내 일상의 일부로 스며들게 하여 안착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함은 힘이 무척 세다. 일상의 힘은 견고하다. 좋은 습관은 중요한 결과를 가져온다.
일상에 녹여내고 생활의 일부로 만들면 어떤 일이든 단단하게 버티고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 그 힘을 믿는다. 그리하여 나는 무엇이든 꾸준하게 하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매일 운동하는 사람, 매일 글을 쓰는 사람, 매일 일기 쓰는 사람, 하고 싶은 것만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하기 싫은 것(재미없고 지루하지만 꼭 필요하고 기본적인 것)을 해내기로 자신과 한 약속을 어김없이 지키는 사람들의 의지는 감히 존경스럽다.
나의 걸음이 어느 순간 멈춰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한 발 앞으로 내딛는다.
처음부터 포기하고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계속 그 자리에 있겠지만 한 걸음이라도 걷는다면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 다른 위치에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과 끝없이 비교하고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 열등감 덩어리인 나 자신에게도 용기를 북돋아주려 한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보잘것없던 낙숫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수십 년을 채우면 언젠가 저 단단한 댓돌을 뚫어버린다.
멈춰있지 말고 용기 내서 앞으로 한 발씩 나가면 언젠가 나도 댓돌을 뚫을 수 있겠지.
그래서 나도 한 방울의 낙숫물이 되련다.
매일매일 쉬지 않고 댓돌에 끊임없이 떨어지는 낙숫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