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관성의법칙 / 2장: 관찰자효과
"양자역학의 관찰자 효과: 입자를 관찰하는 순간, 그 입자의 상태가 변화한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시장을 바라보는 방식이 당신의 경제적 현실을 결정한다.
투자자의 눈으로 보면 기회가 보이고, 소비자의 눈으로 보면 비용만 보인다. 당신의 관찰이 당신의 부의 상태를 결정한다."
— '양자 투자론', 이진명 저
인간 뇌의 결정 프로세스
뇌는 매초 1,100만 비트의 정보를 처리하지만, 의식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정보는 고작 50비트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무의식 속으로 사라진다.
이 제한된 의식 대역폭으로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선택적 주의 집중이라는 현상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만 보는 경향이 있다.
부자들은 돈을 만드는 기회를 본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부족함을 본다.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임지수의 의식 속에서 4,327번째 뉴런이 발화했다. 그 순간 그의 뇌는 공포라는 감정을 생성했다. 인류 진화의 산물인 편도체가 위험 신호를 보내고, 대뇌피질은 이를 ‘회사 파산’ 이라는 개념으로 변환했다.
"팀장님, 저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질문이 떨어지자 회의실이 순간 얼어붙었다. 열 쌍의 눈동자가 임지수를 향했다. 모두의 얼굴에는 같은 두려움이 새겨져 있었다. 창밖으로는 강남의 화려한 오피스 빌딩들이 오늘도 변함없이 빛나고 있었지만, 이 회의실만큼은 무거운 긴장감이 가득했다.
지수는 목을 가다듬었다. 그도 정확한 답을 알지 못했다. 마케팅팀 과장으로서 팀원들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는 책임감과 회사의 불확실한 미래 사이에서 그는 균형을 찾으려 애썼다.
"경영진의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어. 하지만 우리 팀의 성과는 좋았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거짓말이다. 인간은 하루에 평균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 그중 가장 흔한 거짓말은 ‘괜찮아’라는 말이다. 이런 선의의 거짓말은 약한 결합을 가진 사회적 윤활유로서 집단의 응집력을 일시적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김대리가 손을 들었다. 평소 조용하던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런데 시리즈 A 투자 유치가 실패했다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회의실이 다시 정적에 빠졌다. 지수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회사의 비밀이라고 생각했던 정보가 이미 사내에 퍼져있었다. 부정할 수도, 확인해줄 수도 없는 상황. 그는 진실을 선택했다.
"그건... 맞아. 하지만 CEO가 다른 투자자들과 협상 중이야.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식 발표가 있을 거야."
회의는 무거운 침묵과 함께 끝났다. 직원들이 하나둘 회의실을 빠져나간 후, 지수는 의자에 깊이 몸을 묻었다. 그는 창밖으로 보이는 빌딩들을 바라보았다. 저 빌딩 어딘가에서도 비슷한 회의가 열리고 있을까? 스타트업의 세계는 겉보기와 달리 늘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자본 우주의 냉혹한 법칙
실리콘밸리의 통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90%가 실패한다
시리즈 A 투자 유치 성공률은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직원 구조조정을 겪지 않는 회사는 5%에 불과하다
그러나 동시에:
성공한 10%의 회사가 전체 부의 95%를 창출한다
한 명의 성공한 창업자는 평균 1,7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
자본주의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다. 개인에게는 위기지만, 전체 시스템에는 진화다.
당신은 이 체제의 희생자가 될 것인가, 수혜자가 될 것인가?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CEO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오후 2시 경영진 긴급 미팅. 구조조정 계획 논의 예정."
화면을 보는 순간 지수의 위장이 조여들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몇 개월간 회사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경쟁사들의 공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주요 투자자들이 시리즈 A 투자를 철회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제 정리해고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점심시간, 지수는 사무실을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골목길 작은 분식집으로 향했다. 회사에서는 항상 침착함과 자신감의 가면을 써야 했기에, 이런 익명의 공간이 유일한 휴식처였다.
"김밥 하나요."
분식집 아주머니는 하루에 약 300개의 김밥을 만든다. 25년간 일했다면 약 270만 개의 김밥. 그녀의 손가락에는 칼날에 베인 상처 자국이 11개 있다. 각 상처는 그녀의 인생에서 특별한 날들을 기억한다. 첫 번째 상처는 딸이 대학에 합격한 날. 여섯 번째 상처는 남편이 병원에 입원한 날. 열한 번째 상처는 오늘, 지수가 김밥을 주문한 바로 이 순간.
주문을 한 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뉴스를 확인했다. 스크롤을 내리던 중,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 동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20대, 30대가 알아야 할 부동산 투자의 비밀: 왜 지금 시작해야 하는가?"
평소라면 관심 없이 넘겼을 영상이었다. 하지만 정훈과의 대화 이후, 부동산이라는 단어는 지수의 머릿속에서 묘한 울림을 주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저절로 영상을 클릭했다. 이 한 번의 클릭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알지 못했다.
화면 속 남자는 40대 초반으로 보였다. 깔끔한 정장 차림에 자신감 넘치는 표정. 배경은 고급스러운 오피스였다. 그는 차분하면서도 절대적인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10년 후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합니다.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실질적으로 25년간 하락한 적이 없습니다. 일시적 조정은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항상 상승했죠."
지수는 김밥을 먹다 말고 화면에 집중했다. 유튜버의 말은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들렸다.
"월급만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버는 돈의 30%는 세금으로, 50%는 생활비로 나갑니다. 나머지 20%를 저축한다고 해도, 물가상승률과 집값 상승률을 따라잡을 수 없어요. 부자가 되는 방법은 자산을 소유하는 것뿐입니다."
마지막 문장이 지수의 가슴을 강타했다. 그는 자신의 통장 잔고를 떠올렸다. 5년 동안 열심히 모았지만, 서울의 작은 오피스텔 보증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 반면 정훈이나 원석처럼 부동산에 뛰어든 친구들은 이미 수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영상의 마지막 문장이 지수의 귓가에 맴돌았다.
"부동산은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일하는 유일한 직원입니다."
분식집을 나와 사무실로 향하는 길, 지수의 시선은 주변 건물들로 향했다. 평범하게만 보이던 빌딩들이 이제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 모든 건물이 누군가에게는 '잠든 사이에도 일하는 직원'이라는 사실.
두 가지 시선의 차이
소비자의 눈:
건물 = 주거용 공간
집 = 비용(대출상환금+관리비)
월급 = 소득의 전부
시간 = 돈을 벌기 위한 교환 수단
투자자의 눈:
건물 = 현금흐름 생성기
집 = 자산(가치상승+임대수익)
월급 = 초기 자본의 원천
시간 = 복리 효과의 승수
당신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가?
오후 2시, 경영진 미팅은 예상대로 냉혹했다. 회사는 전체 인원의 20%를 감축하고, 남은 직원들의 급여는 한시적으로 10%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마케팅팀에서도 두 명을 내보내야 했다.
"지수 씨가 팀원들 평가해서 내일까지 명단 올려주세요."
CEO의 말에 지수는 자동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가슴 속은 무거웠다. 누군가의 생계를 결정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부담이었다. 그가 내릴 결정으로 두 가정의 미래가 바뀌게 될 것이다.
해고의 경제학
해고된 직원 1인당 평균 비용:
퇴직금: 현 급여의 1개월분 × 근무년수
구직 기간: 평균 3.7개월
새 직장 급여: 이전 대비 평균 12% 감소
정신적 비용: 우울증 발생률 32% 증가
회사 입장의 비용 절감:
인건비 절감: 해고 인원 급여의 100%
고정비 감소: 사무실 공간, 복리후생 등
단기 주가 상승: 평균 3.8%
자본주의의 역설: 개인에게는 비극이지만 기업에게는 생존 전략인 선택지.
그날 밤, 지수는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사무실에 남아 팀원들의 평가 자료를 검토했다. 형광등 아래, 그는 각 팀원의 성과와 가능성을 냉정하게 분석하려 했다. 하지만 숫자와 그래프 뒤에는 사람들의 얼굴이 있었다. 결혼을 앞둔 김대리, 집을 막 장만한 박대리...
숫자와 그래프. 차가운 데이터.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인간적 이야기들. 이것이 자본주의의 이중성이다. 시스템은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은 결국 인간들이다.
지친 눈을 비비며, 그는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유튜브를 열었다. 오전에 본 영상의 다음 추천 영상들이 줄지어 있었다.
"초보자를 위한 갭투자 완전정복"
"월급쟁이가 5년 만에 5억 만든 방법"
"서울 부동산 투자 지도: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지수는 한 영상, 두 영상... 계속해서 시청했다. 각 영상은 그를 또 다른 영상으로 이끌었고, 그가 알지 못했던 세계가 빠르게 펼쳐졌다. 입지 분석, 레버리지 전략, 세금 최적화, 시장 사이클... 부동산 투자는 단순한 '집 사기'가 아니라 하나의 과학이었다.
새벽 2시, 그는 문득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4시간 넘게 부동산 영상을 시청한 것이다. 구조조정 명단은 여전히 미완성이었다. 지수는 노트북을 덮고 사무실을 나섰다.
한밤중의 서울은 조용했다. 택시를 기다리며 그는 고개를 들어 마천루들을 바라보았다. 대부분의 창문은 어두웠지만, 간간이 불빛이 켜진 사무실들이 보였다. 자신처럼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도 모두 '월급만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현실에 직면해 있을까?
밤 10시 이후에도 일하는 직장인 비율은 27%. 그들 중 자산가가 될 확률은 3%. 노동 시간과 부의 축적은 반비례하는지도 모른다. 가장 부유한 20%는 가장 가난한 20%보다 평균 4시간 적게 일한다. 시간은 돈이 아니라, 돈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사용해야 할 자원이다.
다음 날 아침, 지수는 충혈된 눈으로 출근했다. 구조조정 대상자 명단을 완성해야 했지만, 그의 생각은 자꾸만 부동산으로 향했다. 어젯밤 유튜브에서 본 내용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수 씨, 괜찮아요? 얼굴이 안 좋아 보여요."
팀의 최선임인 윤 과장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아, 네. 어젯밤에 일이 좀 많아서..." 지수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날 퇴근 후, 지수는 또다시 부동산 유튜브 영상을 찾아 시청했다. 이번에는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했다. 노트북을 켜고 메모장을 준비한 후, 영상마다 핵심 개념을 기록했다.
'레버리지', '갭투자', '입지선정', '수익률 계산법'... 생소한 용어들이 점점 그의 어휘가 되어갔다. 이전에는 그저 소비재로만 여겼던 부동산이 이제는 복잡하고 매혹적인 투자 대상으로 변모했다.
주말, 지수는 고향인 대전의 부모님을 방문했다. 아버지는 30년간 공무원으로 일하시다 최근에 퇴직하셨고,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두 분 모두 안정적인 직장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믿고 계셨다.
저녁 식사 테이블에서 아버지가 물었다.
"회사는 어떠니? 요즘 스타트업들이 많이 어렵다던데."
지수는 숟가락으로 밥을 뒤적이며 머뭇거렸다.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좀... 상황이 안 좋아요. 투자 유치가 실패했거든요."
"그래서 내가 그랬잖니.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가라고."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함께 약간의 책망이 섞여 있었다. "아직 늦지 않았어. 공무원 시험 준비해보는 건 어때?"
지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대화는 이미 수십 번 나눴지만,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아버지, 저는 그쪽엔 관심이 없어요."
"그럼 뭐가 있는데? 계속 그 불안정한 회사에 있을 거니?"
지수는 잠시 침묵했다.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지만, 이미 체중을 실은 롤러코스터처럼 입이 열렸다.
"사실... 최근에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어요."
식탁에 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눈빛을 교환했다.
"부동산?" 어머니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갑자기 웬 부동산?"
"투자요. 요즘 서울 부동산 시장이 계속 상승세라서..."
아버지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의 표정이 경직되었다.
"지수야, 그런 거 하지 마라. 부동산으로 한탕 해보겠다는 생각은 위험해. 안정적인 직장 갖고, 꾸준히 저축하는 게 최고야."
"아버지, 이건 한탕이 아니에요. 장기 투자예요. 제가 유튜브에서 공부해보니까..."
"유튜브?" 아버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식탁 위의 물잔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런 데서 배우는 게 뭐가 있니? 다 자기네 채널 키우려고 과장된 말만 하는 사람들이야."
지수는 아버지의 격양된 반응에 놀랐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배운 부동산 투자 원칙들, 서울 시장의 특성, 레버리지의 힘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설명할수록 아버지의 표정은 더 굳어갔다.
"나와 너희 어머니는 평생 안정적인 직장 생활로 여기까지 왔다. 집도 마련했고, 너희 교육도 시켰고. 요즘 젊은이들은 왜 그런 길을 무시하는지 모르겠다."
지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 세대와 내 세대의 부동산 환경이 얼마나 다른지 이해 못 하시는구나.'
두 세대의 경제 현실 비교
아버지 세대 (1980년대 사회초년생):
서울 아파트 평균가: 1,500만원
연평균 소득: 350만원
주택가격/연봉 비율: 4.3배
20% 저축 시 집 마련 기간: 21.5년
지수 세대 (2020년대 사회초년생):
서울 아파트 평균가: 12억원
연평균 소득: 3,600만원
주택가격/연봉 비율: 33.3배
20% 저축 시 집 마련 기간: 166.7년
같은 저축 방식으로는 7.7배 더 오래 걸리는 집 마련. 이것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그날 밤, 지수는 자신의 옛 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릴 적 붙여놓은 별 스티커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스무 개의 별이 우주를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어린 시절의 그에게는 충분했다.
지수는 문득 유튜브에서 들은 말을 떠올렸다.
"관찰자 효과. 당신이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시장의 현실이 달라진다."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관찰자 효과. 입자를 관찰하는 순간 그 입자의 상태가 변화한다는 원리. 지수는 이제 부동산을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그의 현실도 변화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부동산을 '안정'의 수단으로 바라보았다. 한 번 집을 사서 평생 살면서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것. 하지만 지수가 유튜브를 통해 접한 세계에서 부동산은 '성장'의 도구였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자산을 불려나가는 방법.
같은 대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완전히 다른 시각.
관찰자 효과의 경제적 적용
양자역학에서 입자는 관찰 전까지 무한한 가능성 상태로 존재한다. 경제적 현실도 마찬가지다.
관찰 방식 1: "부동산은 내게 너무 비싸다" 결과: 포기 → 행동 없음 → 자산 증가 없음
관찰 방식 2: "부동산 투자에 진입할 방법이 있다" 결과: 탐색 → 첫 투자 → 레버리지 → 자산 증가
당신의 경제적 현실은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관찰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침대에 누운 채, 지수는 결심했다. 부모님을 설득할 수는 없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가기로. 회사의 불안정성은 오히려 그에게 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만약 구조조정으로 자신이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서울로 돌아가는 KTX에 올랐다.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 안에서, 지수는 또 다른 부동산 영상을 시청했다. 창밖으로는 도시와 농촌의 모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영상 속 부동산 전문가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통해 흘러들어왔다.
"부동산 성공의 첫 번째 조건은 멘토를 찾는 것입니다. 혼자서는 절대 시장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지수는 결심했다. 그는 정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부동산 이야기, 정말 듣고 싶어. 언제 시간 돼?"
KTX가 서울역에 다가갈수록, 창밖으로 보이는 고층 건물들이 점점 늘어났다. 지수는 자신도 이제 다른 속도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관찰자 효과처럼,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변하고 있었고, 그것은 곧 그의 현실을 바꾸기 시작할 것이다.
열차가 서울역에 들어섰을 때, 지수의 눈에는 도시의 풍경이 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모든 건물, 모든 공간이 이제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잠재적인 기회로 다가왔다. 그의 양자 상태가 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