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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자전거 타는 여자

by 아를 Mar 10. 2025

아침에 정신이 깨어져도 눈은 꼭 꿋꿋하게 감는다. 눈 뜨면 시작되는 삶의 현장이 옥죄어 오기 때문이다.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 눈을 떠본다.


아침에 물을 떠 유산균을 먹어본다.


살기 싫다 생각하여 눈을 꼭 감은 채 일어나지 않으려 몸부림치더니 불과 몇 시간 뒤 건강을 챙겨본다고 영양제를 먹는다. 그렇다 나는 사실 살고 싶은 것이다.


죽음의 끝에 강한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사람은 본래 생명으로 태어났다. 죽음과는 정반대의 본질로 태어났다.


할머니들이 하는 말이 있다. 얼른 죽어야지.. 내가 얼른 죽어야지. 하지만 길을 가다 자빠질 뻔한다면 내 무릎! 내 허리! 붙잡고 내 몸을 가다듬곤 한다.


그렇다.


나는 마지못해 죽지 못해 살지만 실상은 잘 살고 싶은 것이다.


그래보고 싶다.


그러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매일 아침 원망을 해보기도 한다.


내게는 왜 또 아침이 주어진 것일까 하고..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눈이 떠져있는 이유는 내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버팀의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내가 눈을 떠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그 순간은 마치 내가 이 세상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증거처럼 다가온다. 아침 햇살이 방 안으로 스며들 때마다, 나는 마치 그 빛을 피하려는 본능처럼 몸을 더 움츠린다. 그러나 그 빛은 언제나 나를 밀어낸다.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내 몸은 또다시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애쓴다.


아침을 맞이하는 것도, 살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살아 있다는 벌로 여겨지는 것 같다. 하지만 한편, 어떤 순간에는 그 벌이 그리울 때도 있다. 왜냐면, 그만큼 내 안에 살아있음의 힘이 있다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살고 싶어 하는 존재임을 증명하기 위해 다시금 하루를 시작한다. 자전거를 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울면서 페달을 밟는 그 순간, 내 안의 어떤 불완전한 균형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생명이란 건 늘 이상하고 어지러운 것들을 연결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진정해 가는 법이니까.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의 싸움이다. 눈을 뜨고, 아침을 맞이하며, 또 한 번 내 존재의 의미를 찾고, 매일의 고요 속에서 내 삶의 이유를 다시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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