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함께 늙어가는 것이 아닐까
누구를 곁에 두느냐는 결국, 당신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결정하는 것과 같다.
니체는 말했다. "결혼하기 전 당신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라. 즉 나는 이 여자와 늙어서도 여전히 대화를 잘 나눌 수 있을까?"
여행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이 질문을 곱씹었다. 2박 3일 내내 느꼈던 그 편안함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싶었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문득 깨달았다. '참 행복했다.'는 그 단순한 감정이, 사실은 가장 복잡하고 깊은 사랑의 증거였다는 것을.
평생 함께할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조건을 맞추는 일이 아니었다. 연봉도, 외모도, 스펙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 지나가다 예쁜 풍경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함께 담고 싶어지는 사람, 좀 비싸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 그런 사람이었다.
여행 내내 나는 계속 같은 생각을 했다. 이 순간을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경험으로 만들고 싶다고. 여자친구가 맛있다며 웃을 때마다, 사진을 찍자며 손을 내밀 때마다, 그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큰 행복이 되고 있었다.
"평생을 함께 놀 수 있는 사람."
니체가 말한 "늙어서도 대화를 잘 나눌 수 있는" 관계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함께 있어도 불편한 관계가 수두룩한 세상에서, 단순히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가?
"놀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이상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그 사람의 입장과 관점에서는 그렇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겠다고 이해하는 것. 어떤 날은 한쪽이 우울하고, 어떤 날은 다른 쪽이 신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다름 속에서도 웃고, 울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한 카페에서 여자친구가 말했다. "여기 분위기 좋다." 그 순간 나는 카페가 아니라 여자친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공간이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이 공간을 아름답게 만드는구나. 함께 있으면 어디든 좋은 곳이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사랑이었다.
다정함의 힘은 강하다.
거창한 이벤트나 값비싼 선물보다, 평범한 일요일 오후에 낮잠을 자는 것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같은 영화를 보고 서로 다른 장면에서 웃는 것도, 비 오는 날 창가에 나란히 앉아 빗소리를 듣는 것도 모두 함께 노는 것이구나 싶다.
사랑이란 소유가 아니라 동행인 것 같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걷되, 각자의 걸음으로 걸어가는 것. 때로는 한 발 앞서고, 때로는 한 발 뒤에서 지켜보며,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
여행의 마지막 날 저녁, 우리는 강가에 앉아 말없이 노을을 바라봤다.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편안했고,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행복했다. "이것이 바로 놀고 있는 거구나." 생각했다.
니체의 질문에 이제는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 사람과 늙어서도 여전히 대화를 잘 나눌 수 있을까? 아니, 대화가 없어도 편안할 수 있을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까?
여행에서 느낀 그 편안함이 답을 주었다. 함께 있으면 편안하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훌륭한 관계인가. 조건을 따지는 세상에서, 마음을 따지는 관계를 만났다는 것. 그것이 진짜 사랑이었다.
함께 늙어가는 것. 그것이 내가 찾던 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었다.
오늘도, 천천히 이어가는 삶의 낙원에서.
#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