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하게 살고 싶었다, 그 순간조차도.

보내지 못한 사람, 그리고 여전히 아이 같았던 나

by 하온
“죽은 사람을 언제까지 붙잡고 살거야.”

엄마는 늘 내게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를 보내지 못했다.

아니, 보내면 안 되었다.

보내는 순간

아빠가 정말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하니까.

그럼 모든 게 내 몫이 될 것만 같았다.

나는 그게 두려웠다.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슬픔을 온전히 내 것으로 끌어안는 일.

그래서 붙잡았다.

그날의 공기,

사진 속 웃음,

그리고 그때의 나까지도.

아빠의 기억을 품는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갉아먹는 일이었다.

어떤 날은

베란다 문을 열고 멍하니 서 있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또 어떤 날은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 손목을 조용히 스쳤다.

아무도 모르게.

피가 흐르는 걸 바라보며

아직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려 했다.

아픔조차도,

그 시선조차도

그날의 나에게 허락할 수 있는 유일한 감각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죽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그 순간을

어떻게든 회피하고 싶었고,

어쩌면 버텨보려 했던 걸지도 모른다.

무너질 것 같아서,

어디론가 꺼져버릴 것 같아서.

그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면

정말 내가 사라져버릴 것 같았다.

확실한 건,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절실하게 살고 싶었다.

단지 그 방법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를

몰랐다고, 핑계 대고 싶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누군가 뒤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몸은 깨어 있었지만

아무 저항도 하지 못했다.

힘이 아니라,

살고자 하는 의지가

그 순간엔 사라졌던 걸까.

아니면,

정말 눈뜨고 싶지 않았던 걸까.

그때였다.

아빠가 떠난 그 즈음이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살아 있는 채로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마치 파도 앞 모래성 처럼.

엄마는 더욱 냉정해졌다.

처음엔 안쓰러워하던 눈빛이

어느 순간부터

단호함으로,

그리고 냉정함으로 바뀌었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외로움을 느꼈다.

“정신 좀 차려.”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니 인생 좀 살아.”

그 말들이

정말 나를 위한 말이었을까.

아니면 엄마 스스로도 삶이 버거웠기에,

그런 나를 마주하는 것이

더는 감당되지 않았던 걸까.

지금도, 나는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자꾸 엄마에게 다가가고 싶고,

의지 하고 싶었다.

마치 유아기의 아이처럼.

사랑을 구했고,

관심을 바랐고,

‘나 여기 있어,

한 번만 안아줘.’

마음속으론 그렇게 울면서

그저 조용히, 조용히 매달렸다.

붙잡고 있던 건

아빠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사랑한 모든 사람들에게

끝없이 손을 뻗고 있었다.

사라지고 싶지 않아서.

조금이나마 버텨보고 싶어서.

누구에게든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혹시 당신도

떠나보내지 못한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는 중이라면,

그 마음,

감히 정말 잘 안다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는 말한다.

보내야 산다고.

잊어야 앞으로 나아간다고.

하지만 어떤 이별은

지나가는 일이 아니라,

평생 품고 살아가는 일이다.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 무게를 안고도

우리는 살아간다.

살아가야만 한다.

괜찮은 척,

멀쩡한 척,

웃는 척 하면서도.

그 안에 꾹 숨겨둔

아빠와 나,

또 행복했던 나를

여전히 안고.

나도 그렇고,

어쩌면 당신도 그렇지 않을까.

⟪작가의 노트⟫

이 글은

보내지 못한 사람을 안고 살아가는

한 사람의 기록입니다.

상실의 무게는 모두 다르지만,

그걸 견디며 살아내는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당신도,

지금 살아내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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