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uman Library] #6
인간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절대적으로 나눌 수 있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내게 귀인이었던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독한 악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나는 그때 처음 했다.
새로 부임한 기관장은 카리스마가 넘치는 분이었다. 조직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퇴근 후 모임을 자주 가졌지만, 나는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아 늘 거리를 두었다. 자연스럽게 나는, 기관장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날은 인기 프로그램 접수 첫날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이용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다가와, 자신이 공무원이라며 서류를 먼저 받아달라고 요구했다. 나는 원칙에 따라 정중히 거절했다.
잠시 후, 그 남자가 기관장과 안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약간의 불편한 마음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기관장실로 호출이 왔다.
"아까 오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나는 원칙에 대해 설명하며, 특혜를 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관장에게 밉보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 밖이었다.
"당연히, 원칙을 지켜야죠. 아주 잘했어요."
그 순간, 나는 기관장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달았다. 그는 관계보다 원칙을 중요시하는, 적어도 나에게는 '좋은 상사'이었다.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다른 이에게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A 팀장님은 언제나 따뜻한 웃음을 지닌 분이었는데, 기관장이 오신 뒤로 웃음을 잃어갔다. 업무방식의 차이 때문이었다.
기관장님은 성과를 서두르셨고, A팀장님은 시스템의 한계를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몰린 듯 지쳐갔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내게 원칙을 존중해 준 그 사람이, 다른 이에게는 가혹한 권력자가 된 것이다.
한 사람의 두 얼굴은 결국 조직을 둘로 갈라놓았다.
찬성파와 반대파, 그리고 나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회색지대의 사람들.
겉으로는 충돌이 없었지만, 공기 속에는 늘 긴장감이 흘렀다.
시간이 흘러 기관을 떠난 뒤, 나는 그분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
이용자들에게 그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지위의 높낮음과 상관없이 허물없이 다가섰고, 이용자 중심의 원칙을 지켰다. 나 또한 그를 통해 원칙을 끝까지 붙드는 용기를 배웠다.
그러나 동시에, 성과와 자신의 철학을 위해 직원을 몰아붙이는 리더이기도 했다. 그래서 동료들의 기억은 극명하게 갈린다. 어떤 이에게는 배움의 스승으로, 다른 이에게는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상사로.
그제야 알았다. 사람은 단 한 장의 얼굴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페이지를 가진 책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읽은 한쪽 페이지만으로 그 책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분은 나에게 또 한 권의 사람책이었다.
읽는 내 마음에 따라, 같은 장면도 다른 해석으로 다가오는 책.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에게는 위대한 고전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독한 악의 연대기로 읽히는, 한 권의 책.
나는 이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마다 묻는다.
"나는 이 책의 어떤 페이지를 먼저 펼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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