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와 갱년기 그 어디쯤
요즘 우리 집 풍경은 꽤나 다이내믹하다.
사춘기가 시작된 아들과
사춘기의 끝을 달리는 아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갱년기의 문턱을 넘나드는 나.
사춘기와 갱년기가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소리로는 내가 이기는데, 마음으로는 매번 진다.
아침부터 시작이다.
“일어나야지. 벌써 9시 넘었어!”
“알았어”
“너 지금 몇 시인데 핸드폰이야?”
(눈치 슬쩍 보며 계속 스크롤)
”빨리 준비하고 학원 가야지,
너네는 엄마가 잔소리 안 하면 움직이질 않니?
“알았다고… 알아서 한다고”
결국 내 말끝은 또 잔소리가 되고
아이들은 문을 ‘쾅‘ 닫고 들어간다.
그리고 몇 분 뒤, 나는 조용히 방문을 두드린다.
“아까는 미안했어… 엄마가 좀 예민했나 봐.”
잔소리, 폭발, 후회, 사과.
이게 하루 한 세트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러다 다시,
“그래도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아이들을 이해해 주겠어…”
아들도 힘들겠지.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아직 아이니까.
속으로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겠지만
말로는 “됐어”, “그냥”, “몰라”로 끝내버린다.
“밥 먹었어?” “응”
“오늘 어땠어?” “몰라”
나는 나대로 힘들다.
예전 같으면 웃고 넘겼을 일에
요즘은 눈물이 핑 돌고, 별일 아닌 말에도 욱한다.
몸도 마음도 예민하다.
며칠 전, 공휴일을 맞아 온 가족이 영화관에 갔다.
다 같이 외출하는 건 이제는 큰 이벤트가 되었다.
나는 영화가 너무 재밌었다.
오랜만에 아들들과 나란히 앉아 팝콘도 나눠 먹고
중간중간 함께 웃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물었다.
“재밌었지?”
“그냥 그랬어.”
“우리 맛있는 점심 먹고 갈까?”
“그냥 집에 가서 쉬고 싶어.”
결국 집으로 돌아와 각자 방으로 흩어졌지만,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좋았다.
좋았던 마음도, 조금은 서운한 마음도.
그날따라 그리운 건, 지금의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였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땐 엄마가 세상의 중심이었다.
“엄마~”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고,
잘 때도 내 품에 안겨자던 아이들.
그때는 이 시기가 올 거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선배 엄마들이
“사춘기 오면 대화도 없어지고,
부르면 대답도 안 해”
그 얘기를 들으면 속으로 ‘엄마랑 사이가 왜 안 좋나?’
‘설마, 우리 애는 다를 거야’라고 생각했다.
막상 내가 겪어보니 알겠다.
정성이 부족한 것도, 사랑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중이다.
부모로선 여전히 챙겨주고 싶고
가까이 있고 싶지만
그 정성과 관심이 이젠 부담이 되기도 한다.
사춘기란 결국,
‘거리두기’를 배우는 시간인 것 같다.
내가 한발 물러서고 아이가 한 발 나오는
낯설지만 꼭 필요한 연습.
그걸 받아들이는 일이
가끔은 외롭고, 가끔은 섭섭하다.
오늘도 나는 문을 두드린다.
“미안해. 괜히 화냈어.
사실,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