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신록이 팔랑이며 초록의 날개를 펼친다. 너울너울 춤을 추듯 연둣빛 커튼을 드리운 숲. 오월의 싱그러움이 온몸을 감싸는 순간, 잠들었던 감각이 서서히 깨어난다. 마치 새순이 돋아나듯, 잊고 있던 생각들이 조용히 피어오른다.
푸른 잎사귀 하나만 바라보아도, 그 생명력이 가슴 깊이 스며든다. 초록빛 날개를 달고 싶어진다. 젊음이 되살아나는 듯,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솟는다.
오월의 숲이 내어주는 이 신선한 기운이 한없이 좋다. 산새들이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숲. 그 안에서 한없이 초록으로 물들어버리고 싶다. 작은 들꽃으로 피어나도 좋겠다. 햇살처럼 고운 민눈양지꽃이 되어, 숲 속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만 같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보잘것없는 풀꽃잎 속에 숨어 있듯, 우리 마음속에도 숨어 있다. 눈웃음 짓는 들꽃 하나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그 작은 기쁨에 행복의 돛은 푸르게 날아오른다.
기다림 속에 피어난 꽃
오월이 오기 전, 나는 숲 어딘가에서 백작약이 호롱불처럼 환한 빛을 밝히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찾아간 자리에는 아직 아기 주먹만 한 꽃봉오리만이 조용히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쉬움을 안고 돌아서며, 다시 기다림과 그리움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고즈넉한 숲 속, 조용히 빛을 품고 있을 백작약을 마음속으로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숲 한가운데, 마치 하얀 등불을 켜놓은 듯 백작약이 피었다. 한 송이가 아니라, 여러 송이가 어우러져 숲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아, 행복이란 아마도 이런 것이리라. 기다림 끝에 마주한 꽃들이 선물처럼 눈앞에 펼쳐질 때, 그 순간은 말할 수 없이 고맙고 찬란하다. 한 송이가 아닌 군락으로 피어난 그 모습이 더욱 벅차오른다. 마침내 환한 빛을 머금은 백작약과 마주한 이 순간, 그토록 기다려온 행복이 눈앞에 펼쳐진다.
숲 속의 호롱불, 백작약
하얀 등불처럼 피어난 백작약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면, 두 개의 암술이 보통이지만, 어떤 꽃은 한 개, 또 어떤 꽃은 세 개를 품고 있다. 그 중심을 감싸듯 노란 수술이 둘러서서, 마치 작은 불꽃처럼 빛난다.
백작약 한 송이를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이렇게 군락으로 피어난 모습을 보다니. 그 감동에 가슴이 저릿하다. 숲을 환하게 밝히는 그 빛 속에서, 행복의 돛이 초록의 휘파람을 불며 높이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