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이 오기 전까지
쉼 없이 달려온 지난날의 보상을 받듯, 공장은 입소문을 타며 전국 곳곳에 거래처가 생겼고, 칸막이 방을 벗어나 드디어 1층 월세집으로 옮겼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수 있었고, 장 보러 갈 때 과자 두 봉지를 장바구니에 넣을 여유도 생겼다.
멀리 지방으로 배달을 갈 때면 인성은 애경과 아이들을 태우고 나섰고, 아이들은 여행을 간다며 그렇게나 좋아했다.
어느 겨울날,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게 트럭이 인성의 눈에 띄었다.
‘아이들이 좋아하겠지.’
인성은 따끈한 홍게 다섯 마리를 샀다.
애경은 “뭘 이런 걸 사 왔냐”라고 말하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늦은 밤, 잠든 아이들을 깨워 홍게 다섯 마리를 둘러앉아 넷이 나누던 웃음에 지난 세월의 어둠이 스르르 걷혔다.
‘이제 우리도 좀 살 만해지려나.’ 그 희망이 공기처럼 집 안에 흘렀다.
새 트럭이 골목에 들어오던 날, 애경은 아이들과 함께 박수를 쳤다. 행복해하는 가족들을 보며, 인성은 가슴속에 오래 묻어두었던 그 시절의 목수공장을 조심 스게 꺼냈다.
매 맞던 꼬마가 그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이제 이렇게 성장했음을, 번듯하게 가정을 꾸렸음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애경아, 나 그 오야지를 찾아가야겠어.”
애경이 잠깐 얼굴을 들어 인성을 바라보았다.
“오빠, 괜찮겠어?”
인성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내쉬었다.
“응. 이 모습을 보여주고 나면, 다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 괴로웠던 그 시절을, 이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아.”
인성은 새 차에 애경과 아이들을 태우고, 그 목수공장의 오야지를 찾아갔다.
‘그가 나를 기억 할까.‘
‘일말의 미안함이라도 그에게 남아 있을까‘
가는 내내 여러 생각들이 인성의 가슴을 짓눌렀다.
그러나 어렵게 찾아간 그는 너무 늙어 있었고, 인성을 똑바로 기억하지 못했다.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날들이 그에게는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는 잔인한 사실이, 인성의 마음을 깊이 후벼 팠다.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그를 마음에 품고 달려온 지난 세월이었다. 그 길의 끝에서, 인성은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오는 길, 과거의 그림자는 여전히 뒤에 남아 있었지만, 앞에는 분명 새로운 길이 열려 있었다. ‘다시는 그 시절을 떠올리지 않을거야!’
인성은 핸들을 꽉 잡았다.
날씨는 유난히 화창했고, 따스한 햇살이 인성의 어깨를 감쌌다.
아이들이 조용히 잠든 차 안에서 인성과 애경은 이토록 포근한 봄을 지켜내겠노라 다짐하고 또 했다. 그리고 이 따스한 봄이 계속되리라, 그렇게 믿었다.
그 여름이 오기 전까지.
삶이 나를 끝없이 무너뜨려도,
나는 끝내 다시 일어 선다.
-인성쇼파공장, 그 시절의 기록 -
내 부모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실화 소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