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서식하는 야행성 유대류 웜뱃은
포유류 중 유일하게 정육면체 모양의 배설물을 남기는 동물이다.
이 특이한 배설물은 오랜 기간 과학자들의 관심을 받아왔고,
단순한 소화 부산물이 아니라 의사소통 수단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웜뱃의 대장은 약 10m 이상으로 매우 길어, 음식물이 장을 통과하는 데 4~5일이 걸린다.
이 긴 시간 동안 수분이 제거되는데, 마지막 8% 구간에서 장의 탄력성과 수축력이 불규칙하게 작용한다.
이 덕분에 배설물의 가장자리가 각지고 평평하게 바뀌고, 회전 없이 압축되어
가로, 세로, 높이가 거의 같은 정육면체 모양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속도를 위한 것이 아닌, 위치 고정을 위한 진화적 선택이다.
웜뱃은 영역 표시를 위해 배설물을 바위 위나 나뭇가지 위에 올려두기 때문에,
굴러 떨어지지 않는 형태의 배설물이 유리하다.
실제로 이 네모난 배설물은 가시적이고 안정적으로 고정되며, 같은 자리에 수일 동안 유지되기도 한다.
또한, 이것은 웜뱃의 시각적 마킹이 아닌 후각 마킹 전략과도 연결된다.
배설물은 다른 개체의 접근을 막거나 짝짓기 신호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며,
이 과정에서 그 형태는 일관된 소통의 매개체가 된다.
웜뱃을 보니, 눈에 띄기 위해선 가끔 이상해지는 것도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 '정상'이라는 경계 안에 있으려고 애쓰지만,
사실 세상의 많은 발명, 변화, 기억은 조금 이상한 곳에서 시작된다.
웜뱃의 똥처럼, 처음엔 의아하고 어색해 보여도 그 자체로 자신만의 방식과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웜뱃이라는 동물을 모르고 살았는데,
어느 날 문득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웜뱃의 엉덩이 긁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서 알게 되었다.
너무 귀여운 동물이라 '무해한 동물들' 시리즈에 꼭 넣고 싶어서 신기한 특징을 찾아보게 되었다.
웜뱃의 귀여운 모습을 AI로 그려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