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퇴직금으로 목동에 등기 치기

인플레이션이 무서워

by Mira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나의 멍청한 투자 경험을 독자들이 읽고 나와 같은 시행착오 없이 투자라는 세계에 연착률 하길 바라며. 상급지로 내 집 이동한 에피소드로 이어갑니다.


2018년에 이르러 나는 부동산 세팅을 마쳤다.

오피스텔 3채와 재개발 부동산 2채

이제 이걸로 부동산 투자 세팅을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려 억 단위의 돈이 생겨버렸다.

회사의 조직개편으로 계열사 이동을 하게 되면서 퇴직금이 생긴 거다. 11년간의 직장생활로 얻은 돈이다. 물론 이동하는 계열사로 이연해도 된다.


그래도 내가<삼프로>와 경제 좀 공부했는데

이런 목돈을 그냥 묻혀둔다?

그때는 DB형 제도를 몰랐고.


경제에 조금 머리가 트이니까,

자산이 오른다기보다는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보였다. 투자로 인한 리스트만큼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돈을 까먹는 인플레이션이 더 무서웠다.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금액으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2018년 여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다가 잠시 얼음 상태였다.

시장은 거래가 끊긴 정적 속에서 예측불가 상태였다.

매물도 없고 매수자도 없고,

나만 있었다.


그동안 혼자 공부한다고 했는데. 막상 또 큰 결정을 하려니까 쫄보 가슴이 새가슴처럼 팔딱거렸다. 이 큰돈을 투자해서 얼마 큼의 수익을 내야 한다는 것보다 불황기에도 가격 방어가 되는 곳을 찾아야 했다.


투자는 서울에, 거주는 경기권 신축

당시 나는 마곡으로 출퇴근하고 있었고 경기권 신축 아파트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었다. 이곳은 공급 물량이 계속 이어질 지역이라 가격 상승은 어렵지 싶었다.


단기간에 상승해도 10년 이상 가치를 유지할까? 싶었다. 그래서 서울에 투자하고 경기 신축에 전세로 사는 전략을 세웠다.


고민 끝에

전세금+퇴직금을 합쳐서 서울에 실거주 주택을 사기로 했다.

회사를 기준으로(마곡)이니 출퇴근 거리 30분~1시간 걸리는 위치의 아파트들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매물이 거의 없었다. 어쩌다 매물이 나왔어도 매수 의사를 전하면 매도인들이 쏙 거둬들이는 시장이었다.


추석은 다가오는데

퇴직금은 여름에 받았는데, 가을이 되도록 마땅한 집을 찾지 못했다. 이미 전세계약은 종료하기로 했는데, 이사 갈 집은 없고,


생전 처음 받아보는 금액이라 통장에 찍힌 동그라미를 앞에서부터 세고, 뒤에서부터 세면서 지난 10여 년간의 회사 생활을 회상했다.


내가 이 돈으로 셀프 퇴직금을 만들어 보리라!

다짐도 했다.


하지만 집은 내가 사고 싶다고 언제나 살 수 있는 게 아니더라.


계약할 거 같다는 연락을 받고 뛰어가는 동안에 매물이 사라지는 걸 몇 번 경험하니까, 짜증도 나고 속도 상했다.


왜 이렇게 큰돈이 생겨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나?

그냥 퇴직금 이연 시켜서 나중에 받을까?


하지만 경제 전문 채널 <삼 프로>함께 내가 공부 한 여잔데, 10년 후에 이 돈이 지금의 가치대로 유지될까?


남자한테 바람맞은 것보다 매도인에게 맞는 바람이 더 매섭더라.


손에 꼭 쥐고 간 OTP를 눌러볼 세도 없이 매물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그날은 정말 속상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팍 터져버렸다

아니, 내가 나라를 두 번 팔아먹었나?

왜 한 번에 되는 게 없을까.


추석 연휴가 끝나 갈 무렵, 목동에 있는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2화에서 나에게 용기를 주신 그 소장님)


내용인 즉, 아직 부동산 네트워크에 나온 집은 아닌데 집주인인 사모님이 이 아파트를 팔지, 싸가지아들에게 증여할지 고민하고 있다. 만약 사모님이 매도를 결심하면 바로 계약금을 보낼 수 있는가?


보낼 수 있다 마다요!

그 아들이 싸가지 없는게 어찌나 고마운지.


목동에 등기 치다

솔직히 신축 아파트에 살다가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하고 보니 몸이 적응이 안 되는 것도 많고 불편한 점도 많았다.


하지만 서서 자는 한이 있어도 서울에 등기를 치겠다는 의지로 사소한 불편함을 견디고 수리하면서 지내고 있다.


내가 선택한 지역은 회사와 도어 투 도어로 30분 컷이 되는 목동이었다. 나는 학원에 보낼 아이도 없지만, 학군 프리미엄이 있어야 10년 후에도 가치가 유지될 거 같았다. 또 마곡에 입주하는 기업은 앞으로도 늘어날 텐데, 고소득 부부 커플의 1순위 가치는 <학군>이다.


내가 퇴직할 때 나와 함께 퇴직금을 벌어 주길 기대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이사했다.


다음 편은 <주식투자로 만난 신세계>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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