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마음이 조금씩 느슨해진다. 풀리고 녹고 가끔은 흔들린다. 어딘가에 조용히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햇살 틈으로 피어난다. 그 중 가장 자주 얼굴을 내미는 것은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참 이상한 감정이다. 만질 수 없고 설명도 어려운데 사람의 마음을 가장 뚜렷하게 흔든다. 그리움은 대화가 없고 약속도 없지만 늘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것은 오래전 헤어진 사람일 수도 있고 이미 멀어진 관계일 수도 있고 혹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한 문장일 수도 있다. 그리움은 완결되지 않아서 더 자주 떠오른다. 마치 책갈피에 꽂힌 채 덮여버린 책처럼.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그리운 사람은 다시 만나야 할까 아니면 마음속에 그대로 두는 게 좋을까?" 나는 그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그리운 사람을 향한 감정이란 건 단순한 재회나 미련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순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에 닿고자 하기보다는 그 사람을 향해 마음이 길을 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가 되기도 한다.
가끔은 한 장의 사진이 한 줄의 시가 어떤 계절의 냄새가 그 사람을 데려온다. 그리움은 기억보다 더 섬세하고 사랑보다 더 조용하며 침묵보다 더 많은 말을 건넨다. 그리움이 찾아오는 순간 우리는 잠시 멈춰 선다. 마음속 풍경 하나가 펼쳐지고 잊은 줄 알았던 웃음소리나 눈빛이 다시 피어난다. 그 순간 삶은 더 이상 현재의 시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가능성이 엷게 섞인 시간 속에 잠긴다.
어쩌면 그리움이란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을 살아 있는 감정으로 되살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마음만은 다시 꺼내어 꼭 안아보는 것. 그건 미련이 아니라 애틋함의 연습이다. 우리는 그렇게 하루하루 누군가를 기억하며 존재의 무게를 가볍게 덜어낸다.
<그립다는 것은>
그립다는 것은
해가 뜨면 해가 떠서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서
생각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리움은 이유가 없다
그저 오늘이라는 하루가
그 사람을 닮았기 때문에
자꾸 마음이 젖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조용히 그 사람을 떠올린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해지는 날이 있기를 바라며 눈빛 한 번에 손끝의 떨림 하나에 모든 이야기가 담길 수 있기를 바라며. 그 사람은 돌아오지 않아도 마음속에 늘 있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지금의 내가 따뜻해진다면 그건 충분한 사랑이었다고 믿는다.
그리움은 끝나지 않는 노래처럼 인생의 배경음으로 흐른다. 가끔은 그리움이 나를 지탱해주고 때로는 그리움이 나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든다. 그 사람의 부재가 나를 단단하게 했다면 그 사람의 기억은 나를 부드럽게 만든다.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사람다워진다.
그 사람에게 지금 이 글이 닿을 수 없다 해도 그 마음만은 조용히 바람을 타고 당신 곁 어디쯤엔가 닿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