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를 추억하기 위해 이 글을 적습니다.
어느 집은 부엌에서 철수와 영희가 밥을 먹었겠지만,
우리 집은 좀 달랐습니다.
다섯 살짜리 꼬마가 외할아버지랑 겸상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배웠다구요.
태어날 때부터 울지 않았던 ‘고요한 신생아’였고,
예방주사 맞고 울었다고 온 동네가 축제를 열던 아이.
그 아이가 바로 저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미식가에, 철학자에, 옛날 말로 치면 ‘천석꾼’.
그런 분이랑 하루 세 끼, 괴나리 호족반 앞에 마주앉아
우주는 왜 돌고, 사람 마음은 왜 복잡한지를 배웠으니
제가 이렇게 복잡 미묘한 인간이 된 것도 당연한 일(?)이죠.
이 책은,
혼자 밥 먹다가 눈물 한 방울 떨굴 뻔한 사람,
할아버지 손맛이 그리운 사람,
그리고 그냥 웃으면서 ‘꼬맹이 철학자’의 하루를 엿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자, 괴나리 호족반 꺼냈습니다.
반찬은 할아버지의 지혜, 밥은 유년의 추억,
후식은 살짝 울컥하는 웃음.
함께 앉으실래요?
#외할아버지 #감성에세이 #혼밥 #누군가그립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