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by aa

너는 아무 여운 없이 유월을 지나갔고

나는 미처 사라지지 못한 문장처럼, 그 계절 끝자락에 걸려 있었어


그날, 잔상처럼 번지던 오후의 광휘 속에서

나는 너의 눈동자를 바라보지 못한 채

벼랑 끝의 말들을 삼켰어


하릴없이 조용하던 바람마저

너의 마지막 숨결처럼 느껴져

나는 그 잎새 하나도 맘 놓고 밟지 못했지


고작 몇 겹의 침묵으로 당신을 보내야 했고

그 잎맥 속엔 아직도 너의 잔열이 남아 있었는데,

나는 계절의 음영 속으로 천천히 낙화했어


그 순간이 아직도 가끔 꿈처럼 떠오르지만,

깨고 나면 여전히 너를 닮은 바람이 부는 유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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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