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무지개

by 지안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는 나에게, 아이는 어느 하천의 파동 위로 내려앉은 햇살 같아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어디로 떠내려야 갈지 모를 내게 빛이 비추이고 있는 그곳이 바로 내 자리라고 알려준 것만 같았다.

이혼을 결정하기까지 괴로웠던 요인은 나와 그의 이혼으로 인해 받을 상처는 아니었다. 나는 분명하게 우리의 소통 방식, 그로 인해 서로의 마음에 자리 잡힌 오해와 미움, 눈빛과 살결에 스며있는 아픔들이 아이에게 줄 상처가 더욱 오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다만, 우리가 사랑했던 그 사실과 우리의 아이. 그것이 괴로움이었다. 아이는 실수가 아니었다. 사랑이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아이는 어느 장소에서도, 어느 시간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사랑의 측면을 내게로 가져다주었다. 그 아이는 손톱보다 작은 세포시절부터 대화가 되고 뛰놀기 좋아하는 지금의 시절까지 늘 사랑이었다.






그도 아이를, 나도 아이를 사랑했다. 그 사실은 우리의 이혼으로도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이를 보면, 우리의 바래지고 닳아진 세월 동안의 빗나간 노력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미안했다. 충분히 좋은 부모가 되어주어야 했는데. 충분한 사랑을 줄 수 있는 부모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이러한 후회들이 사무칠 때, 그 당시에는 마음을 괴롭혔다. 비틀렸다. 아이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사랑을 주기도 아까운 시간에 마음속 아픔을 삼켜내느라 아이의 조잘스러운 이쁜 말들이 귓가에 자리잡지 못하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이 또한 지나면 후회할 일이었다.

후회는 후회를 낳는 삶으로 이끌었다. 후회를 하는 그 시간은 분명 다른 미래를 위한 것일 텐데, 인생을 관통하는 묵직한 후회들은 다른 미래를 끌어당기기보다, 현재의 후회스러운 순간을 반복하게 했다.

후회를 끝내는 방법은 하나였다. '지금'에 집중하는 것. 10년 뒤 다시 오지 않을 지금. 1년 뒤 다시 오지 않을 지금. 1분 뒤 다시 오지 않을 지금. 바로 이 순간. 이 순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지나간 후회에 대한 올바른 애도였으며, 다가올 미래에 대한 따뜻한 예의였다.

이혼을 통해 비로소 나다움을 찾기 시작한 나는 여러 가지 도전들을 시작했다. 취업, 독서, 러닝, 요가, 주식, 대학원 준비 등등. 남들은 20살, 25살에 고민하는 일들을 나는 다른 이들보다 늦은 고민 시기에 결혼과 육아까지 추가되어 30살에 고민하게 되었으니 마음이 여간 바쁜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것들에 눈을 뜨니 세상이 참 재미있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니 참 멋있었다. 취업하게 된 대학교에는 자격증이 10개가 넘는 선생님, 다양한 직업을 해보신 선생님, 대학원을 다니며 병행하시는 선생님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졸업 후 한번 일을 해보았지만, 육아 이후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사람들 속에서 일을 하며 나는 점점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들을 꿈꾸기 시작했다. 마치 날개가 날개인 줄 모르는 닭처럼 퍼덕이던 나는 날개를 날개인 줄 아는 새로운 삶을 맞이한 것처럼 느껴졌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을 나의 결혼생활. 여러 문제를 안고 출발하여 결국은 고꾸라지고 말았던 나의 결혼생활. 이전에 실수한 나의 과오들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다. 그 색이 아님을 알았다면 과감히 덧칠을 하고, 마르길 기다리고, 다른 색을 덧입힐 용기. 그 정도의 용기면 되는 거였다.

다채로운 색들의 집합인 무지개는 무수히 많은 색들을 포함한다. 그러나 우리의 눈에는 몇 가지 색들이 비친다. 나는 지금껏 한 두 가지 색 정도의 무지개로 살았다. 내가 나를 그 정도밖에 보지 않았기에. 그러나 이제 나는 안다. 내게는 7가지 이상의 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셀 수도 볼 수도 없이 많은 나의 색들을 비쳐내는 삶을 꿈꿔본다. 당신의 무수히 많은 색들은 발견되었는가, 비춰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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