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이지는 못하는 시>
얼굴
마림(眞林)
웃는다
괜히 맑은 햇살
이유 없이 개운한 아침
걱정 없는 하루
강아지풀처럼 흔들리는 너를 바라보며
나는 웃었다
찡그린다
하필이면 비가 왔고
하필이면 우산이 없었고
하필이면 잠을 설쳤고
하필이면 운이 없었다
낯을 가려도
가려지지 않았다
눈가의 주름
인중의 땀방울
눈동자의 공명이 말한다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님 얼마나 증오하는지
낯을 가려도
끝내 가려지지 않는다
내 눈동자엔
여전히 내가 사랑한 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