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 날이다.
우울 속을 헤엄치고 절망 속을 헤매는 그런 하루다. 아무 일이 없는데 아무 일도 없어서 슬프다. 의미도 없고 울림도 없는 글이란 걸 알면서도 쓴다. 이 글은 휴지통으로 버려지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우울한 내가 싫다.
흔들리는 내가 싫다.
허우적대는 내가 싫다.
그냥 내가 싫다.
이런 날이면 내가 나를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 교통사고가 난다던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다던지 하는 상상을 해본다. 겁쟁이라 실행하지는 못한다. 그게 나의 한계다.
더위에 땀을 흘리며 휘적휘적 걸었다. 땀이 나는 것도 내 상태도 다 짜증이 난다. 결국 모든 게 짜증 나는 날이다.
힐링이 필요해.
남편에게 온 문자도 보지 않고 휘적휘적 걷다 보니 집 앞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남편이 현관 바로 앞에 서서 얘기한다.
"고생했어요, 곰순."
지쳤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남편은 항상 날 살려낸다.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씻고 나와 남편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남편은 내가 뭘 먹어야 기분이 좋아질까 고민하며 배달 앱을 보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물어본다.
"이거 어때요 곰순?"
나는 이미 기분이 어느 정도 풀려 아무거나 상관이 없었다. 그저 남편과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남편은 나에게 의사보다도 더 대단한 사람이다. 그는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살고 싶게 만들고, 내가 어둠의 늪에 빠져 있으면 발 벗고 나서서 꺼내준다. 이런 사람과 평생을 약속했다는 것이 불행했던 나의 유년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져서 감사하다.
항상 나의 눈치를 보고 나를 살펴주는 남편에게 어떻게 보상을 해주어야 할까? 남편이 나에게 주는 만큼 사랑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의미 없는 글쓰기를 멈추고 남편을 향해 손을 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