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숲의 화해와 회복
숲의 빈 자리에,
늘 작은 씨앗을 심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희망.
희망이 심는 씨앗은
눈으로 보기에는 보잘것없어 보였습니다.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듯 가벼웠고,
흙 속에 묻혀도 당장 자라날 기미는 없었습니다.
다른 감정들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허무는 모래성 옆에서 피식 웃었습니다.
“저 씨앗도 곧 사라질 거야. 아무것도 남지 않을 텐데 왜 애쓰지?”
불안은 모래시계를 꽉 쥐며 말했습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그 사이에 숲이 더 무너져버리면 어쩌려고?”
무기력은 담요를 덮은 채 중얼거렸습니다.
“흙 위에 누워 있는 게 차라리 더 편해 보여…”
그러나 희망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두 손은 흙으로 더럽혀졌지만,
그는 조용히 손바닥에 흙을 올리고 말했습니다.
“금세 자라지 않아도 괜찮아.
씨앗은 흙 속에서 자라는 시간이 필요해.
숲도 기다릴 줄 알잖아.”
며칠이 지나고, 숲에 비가 내렸습니다.
빗방울이 흙을 두드리며,
숨은 씨앗 위로 작은 파문이 퍼졌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빗속에서 허둥댈 때, 희망은 그 자리에서 조용히 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흙 위에서 작은 초록빛이 솟아났습니다.
그 새싹은 너무 작아 금세 꺾일 것 같았지만, 그 모습을 본 순간 숲의 아이들 마음에도
무언가 자라는 듯한 감각이 스며들었습니다.
외로움은 별빛을 품으며 속삭였습니다.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게 있다고… 믿을 수 있구나.”
기쁨은 빗물에 젖은 머리를 털며 웃었습니다.
“이 새싹이 자라면 숲은 더 밝아질 거야!”
심지어 허무조차 잠시 말이 없었습니다.
흙 위의 새싹을 바라보다가
모래 한 줌을 흘리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이런 건 남아도 되겠다.”
햇살이 숲에 비쳤습니다.
새싹은 비에 젖은 흙을 뚫고 조금 더 곧게, 조금 더 밝게 서 있었습니다.
숲은 알게 되었습니다.
희망은 기다림과 불확실 속에서 태어나지만,
그 씨앗 하나가 숲의 숨결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마음에도
작은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묻습니다.
당신 안의 희망은, 지금 어디에 씨앗을 심고 있나요?
그 씨앗은 어떤 세상을 기다리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