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음 — 나무 위에 누운 아이

2부: 숲의 그림자와 균열

by heyna

귀찮음은 나무 위에 늘어져 하루 종일 하품을 합니다.


숲의 큰 나무 위,

팔과 다리를 늘어뜨린 채 누워 있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귀찮음.


“흐아암…”

아이는 하품만 하며, 누가 불러도 대답은 짧았습니다.
눈을 뜨는 것조차 큰 결심 같아 보였지요.


어느 날, 호기심이 불빛을 들고 다가와 말했습니다.
“저기 새 길이 보여! 같이 가보자!”

귀찮음은 눈을 깜빡 한 번 뜨더니 속삭였습니다.
“…글쎄.”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기쁨이 햇살을 흔들며 웃었습니다.
“일어나 봐, 햇살이 정말 따뜻해!”

귀찮음은 몸을 반쯤 뒤척이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그러곤 이불처럼 잎사귀를 얼굴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불안이 모래시계를 흔들며 소리쳤습니다.
“시간이 없어! 준비해야 한다니까!”

귀찮음은 귀도 안 열고 툭 내뱉었습니다.
“…응.”
그 한 마디조차 아까운 듯,
대답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를 톤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속으로 생각하는 건 안 귀찮은 걸까?
아니면 그것조차 귀찮아서 생각도 멈춘 걸까?”

귀찮음은 속으로 대답했습니다.
“…뭐든 다 귀찮아.”
그리고 또 하품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에 큰 바람이 불었습니다.
아이들은 다 허둥대며 자리를 옮겼지만,
귀찮음은 나무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그 자리가 가장 안전했습니다.
허둥대지 않았기에 다치지 않은 건
바로 귀찮음뿐이었지요.


숲은 알게 되었습니다.

귀찮음은 답답한 듯 보여도,
멈춤이 때론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된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묻습니다.

당신 안의 귀찮음은, 오늘 어떤 가지에 누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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