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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영 Oct 11. 2024

나에게도 나만을 걱정해 주는 엄마가 있다

많은 자살 유가족들은 사고 이후 이사를 간다. 특히 집에서 고인이 마지막을 택한 경우, 가족들은 최초 목격자가 되어 집은 영원한 안식처에서 고통을 상기시키는 공간으로 추락한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란 어렵다. 그러나 딸은 그것까지 고려한 건지,  나에게 친정을 여전히 안식처로 남겨 주었다.


2년여의 친정살이를 딸과의 작별과 함께 정리하고, 남편과 아들이 있는 으로 간다. 남편이 한국으로 귀임해 곧바로 아들과 둘이 지냈던 터라 딸의 흔적은 애초에 없다. 방학 때 한번 올라가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 기억이 다이다. 그래서 나에게 내 집으로 가는 것이 이사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엄마는? 냉장고 문을 열던 아이의 모습, 샤워할 때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불쑥불쑥 생각난다고 하셨다. 곧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며 엄마와의 동거생활을 정리하고 집을 나선다. 아이의 흔적이 없는 우리의 집으로. 서로에게 눈물을 안 보이려 서둘러 인사를 하고 차에 탔다. 엄마는 차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고 계셨고, 나는 차 안에서 오열했다.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엄마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엄마     


제 세상엔 항상 엄마가 있어 두려운 게 없었어요

엄마가 지켜주는 세상은 늘 든든했어요

그러나 정작 저는 아이한테 그런 엄마가 못돼서

항상 미안하고 아팠던 거 같아요

      

우리가 함께 했던 2년 동안

어떻게 슬픔만 있었겠어요

엄마랑 함께했던 무수한 산책, 식사, 나들이

모두 저를 채우는 따듯한 일상이었어요

우리들의 동고동락 그리울 거예요      


이렇게까지 불효를 하고 사네요.

이제는 제 걱정은 그만하시고 잘 지내주세요

저는 남편도, 아들도 있잖아요. 괜찮아질 거예요

덤덤히 견디다 보면 3년 가고, 10년 가고

그렇게 가슴에 묻어지겠지요   


남은 가족들 잘 챙길게요

올라가서 용기 내 살아볼게요

슬픔이 다 마르고 웃는 날이 오도록

서로를 아끼며 살게요   


엄마가 괜찮으면 저도 괜찮아요

엄마도 그렇겠지요

우리는 생명으로 연결돼 있잖아요


가정을 지킬 수 있도록

이제는 엄마가 기댈 수 있도록

더욱 단단해질게요 보란 듯이 살아낼게요


사랑해요

이제 딸 걱정은 그만해요

 

방금 헤어졌는데 엄마가 벌써 보고 싶다. 혼자 지내실 생각에 불안감이 올라온다. 그래도 내가 가야 엄마도 엄마만의 여유로운 노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  눈물도 마르기 전에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사랑하는 내 딸 지영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엄마에겐

꿈같은 시간, 선물 같은 시간이었어

내 딸이어서 늘 감사했어

너는 늘 자랑스러운 딸이었단다

     

참으로 고생 많았다

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훌륭한 엄마였어

서진이도 알 거야

얼마나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졸였는지...

얼마나 사랑하고 아꼈는지...     


이제 가슴에 묻고 잘 보내주자

우리에게 나비처럼 잠시 왔다

예쁜 모습 많이 남기고 떠난 아이

밝고 사랑스러웠던 꽃으 기억하자     


다음 만날 때 지금보다 행복한 모습으로 만나자

사랑한다 내 딸     


얼어붙은 어둠의 장막을 녹이는 어머니의 태양이 내 상처를 어루만진다. 나에게도 나만을 걱정해 온종일 기도하는 엄마가 있다. 자식을 잃은 어미를 일으켜 세우려는 또 다른 모정이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사랑한다고. 이 비통한 삶 역시 살아내라고. 너는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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