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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fodq Sep 22. 2024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도의 표현

구의 증명-최진영

살아 있을 때는, 죽으면 사람들끼리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믿었다.

-중략-

이승의 백 년이 저승에서는 열흘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서 열흘만 기다리면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만약 네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담이 구에게 한 말이다.

애도는 죽은 사람을 위한 게 아니지 않을까 싶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애초에 죽은 자가 존재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일말의 확률에 휘둘려 존재한다 믿는 건 아닐 것이다.

내가 죽으면 너를 볼 수 있겠지?라는 말은 네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타당한 근거가 있어하는 말이 아닐 것이다. 근거를 생각하는 틈도 없이 "보고 싶다"라는 욕망이 감정을 지배해서 이성이 아닌 감정이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닐까 싶다. 담은 애도의 표현으로 구를 먹는다. 말 그대로 머리카락, 몸 심지어는 성기까지 먹는다.

담은 그래야 너를 영원히 기억할 수 거 같으니까 먹는다고 말한다.


애도는 산자를 위한 것이다. 구와 담의 얘기를 읽고 든 생각은 이렇다.

죽은 자를 보고 싶어 하는 산 사람의 감정을 달래는 행동이다.

애타게 매일 생각나는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걸 이해해 가는 과정이다.

나는 널 평생 그리워하겠구나 근데 언젠가는 널 보지 못해도 널 생각할 때 웃으며 추억하려고 노력할 거야.

이런 심정으로 애도하는 게 아닐까. 만약 네가 죽어 날 본다면, 볼 수 있다면 나를 웃으며 봐주기를 원하니까.

애도한다는 건 그 사람을 기억하고 생각하는 과정이다.

네가 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죽은 사람의 과거의 모습을 되돌려 추억하는 거다.

죽은 사람을 여전히 보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닫고 여전히 사랑한다는 걸 깨닫는 과정인 것 같다.

사랑은 아름답다. 얼마나 고결한지 죽어도 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니 이게 말로만 듣던 사랑의 힘인가?


애도는 죽은 자를 위해 하는 게 아니다. 산자를 위한 행동이다.

죽은 자를 그리워하는 과정이고 다시 못 볼 사람을 보내줘야 하는 힘든 과정이다.

그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딛고 일어서 좋은 사람이 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곁에 그러한 일을 겪으신 분이 계시다면 위로의 한마디는 어떨까요.


아름다운 표현을 좋아하는 분께 사랑과 애도의 표현이 궁금하신 분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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