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마지막으로 보고 세 번의 겨울을 보냈으니까 우린 오랜만이야 라는 인사가 어울릴 법도 한데
그런데도 마치 엊그제 만나고 오늘 다시 만난 그런 느낌이었어
잘 지냈니라는 너의 인사는 밥은 먹었니라고 묻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았고
어떻게 지냈어라고 물었을 땐 또 내 생각한 건 아니지라고 당연한 듯
나는 너의 속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어.
나는 뭐라 대꾸할지 몰라 어색하게 웃지만
내 서먹함에 그저 픽 웃고 마는 너를 보며
그래, 난 늘 어색하게 머뭇대고
그런 나의 어색함과 머뭇거림을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기곤 하던 너를 어쩔 수 없이 기억해내고 말아.
돌다리를 두드리듯 나는 모든 게 조심스러웠어.
관계를 맺음에 서툴러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나는 만남 뒤에 오고 마는 이별이 두려워서 지레 겁을 먹었던 거 같아.
내 마음속 크기의 절반만큼 네게 고개를 돌렸을 때 너에게서 보았던 오랜 기다림으로 인한 피로와
쓸쓸함.. 차라리 잘되었다 싶었어.
이별은 빠를수록 좋고 마음은 덜 들킬수록 편안한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돌아설 때
나는 혼자 울었더랬어.
아무 예고도 없이 이렇게 너와 맞닥뜨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
아니 사실은 늘 너와 우연찮게 만나는 꿈을 수도 없이 꾸었음을 고백할게.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칠라치면
한 삼초쯤 눈을 맞추다 이내 고개를 떨구고 손끝을 바라보는 나를
너는 가만히 응시한다는 걸 나는 꿈에서도 느껴.
내 심장소리에 스스로 놀라며 너와의 재회를 어떤 감정으로 대해야 할지 몰라서 나는 여전히 움츠러들어.
하지만 이제는 안부를 묻는 너에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볼래.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던 하얀 첫눈을 향해 무심코 손바닥을 내밀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