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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곰 Oct 01. 2024

가난과 불안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법(7)

6장: 이삿짐에 담긴 꿈과 희망

그날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던져놓고 놀 궁리만 하고 있던 나에게, 부모님은 갑작스럽게 말씀하셨다. “우리, 이사 가야 해.”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미 부모님은 바삐 짐을 정리하고 계셨다. 어리둥절한 채로 바라본 시장통 가게도, 익숙했던 골목길도 그 순간부터 하나씩 떠나야 할 곳이 되어버렸다.


시장 사람들은 우리가 이사를 간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모여왔다. 어머니와 손을 맞잡고 울먹이는 아주머니들, 격려와 축하가 뒤섞인 말들이 오갔고, 그중에서도 옆집에서 과일가게를 하시던 주인집 아주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꼭 안아주셨다. “새 집에서도, 더 잘 살아야 해.” 나는 그저 그 말이 무겁고도 아리게 느껴졌다. 아직 이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모두가 축하와 아쉬움 사이에 서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분위기가 어딘가 달라진 것은 확실했다.


우리는 익숙한 소음이 가득한 시장통을 뒤로하고, 전혀 다른 세상으로 걸어 들어갔다. 새로운 아파트는 넓고 환했다. 처음 보는 아파트 복도, 따로 나뉜 주방과 거실, 그리고 집 안에 있는 깨끗한 화장실까지. 부모님은 기쁘게 웃으셨고, 나도 덩달아 어색한 미소를 지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내 방이 생긴 것이 가장 신기했다. 이름이 붙은,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라니! 그 순간 나는 비로소 ‘새로운 시작’을 어렴풋이 실감했던 것 같다.


새로운 동네에서 나는 금세 아이들과 어울렸다. 시장통에서 익힌 여러 놀이 실력으로 내 이름을 알렸고, 어느새 놀이대장으로 동네에서 유명해졌다. 새로운 동네에서도 즐거움은 계속되었지만, 우리와 달리 부모님에게 이사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시장 가게를 접고 나서 생계를 위해 공장에서 일하셨고, 이후 아파트 상가에서 분식집을 시작하셨다. 아버지도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하셨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부모님의 긴 노동 속에서도, 나는 그 작은 아파트가 우리 가족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늘 부모님은 바쁘셨기에, 방과 후 집에 돌아오면 우리 형제뿐이었다. 스스로 밥을 차려 먹고, 서로 챙기며 우리는 자립심을 키웠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 시절부터 홀로 서는 법을 조금씩 배웠다. 이후 집안 형편은 점점 더 어려워졌고, 많은 힘든 순간이 찾아왔지만, 그 작은 아파트는 우리 가족이 꿈을 꿀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 시절, 우리는 비록 작은 공간에 모여 살았지만, 그 안에 담긴 꿈과 희망은 누구보다 컸다. 내 방 한구석, 딱지와 학종이로 가득 찼던 그 자리는 내가 어른이 된 후에도 잊을 수 없는 우리 가족의 첫 ‘꿈의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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