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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눈가, 저는 감수성이 풍부한 강아지인가 봐요.

호두의 눈물냄새를 잡기 위한 여정

by 정벼리

펫숍에서 고실고실 예쁜 강아지였던 호두는 우리 집에 온 뒤 며칠 만에 급격하게 꼬질꼬질한 몰골로 변해버렸다. 녀석의 꼬질미는 두 가지 포인트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점점 자라나는 배냇털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바야바처럼 덥수룩해진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항상 눈물로 젖어있는 콧잔등이었다. 말티즈가 섞인 믹스견이라 말티즈의 고질병인 눈물을 물려받은 듯했다.


아닌 게 아니라 녀석의 눈가는 항상 촉촉했다. 반들반들한 까만 눈동자는 눈물로 유리알처럼 빛났다. 그리고 눈 아래 콧잔등의 털은 촉촉을 넘어 늘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젖은 털에서는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 아주 신경이 쓰였다.


예방접종을 하러 동물병원을 찾았을 때 수의사 선생님에게 호두의 팡팡 쏟아지는 눈물에 대해 상담을 해보았다. 수의사 선생님은 아기 강아지의 눈물 원인은 아주 여러 가지라 쉽게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내가 들은 몇 가지 정보를 공유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어린 강아지는 눈물샘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성견에 비해 눈물이 많은 편이다. 특히, 아기 강아지는 흥분하면 눈물이 퐁퐁 솟는다. 이런 경우 크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지기도 한다.

2. 비루관이라고 하는 눈물 길이 막힐 경우, 자연스럽게 코로 배출되지 못하고 눈물로 넘쳐흐를 수 있다. 병원에 가서 막힌 비루관을 뚫는 시술을 받을 수 있지만, 상당수 재발이 잦다고 한다.

3. 강아지도 사람처럼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다. 먼지나 꽃가루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의한 자극을 받았을 수 있고, 때로는 식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사료 성분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알레르기 유발물질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에, 집안 환경을 정비하고 잘 맞는 단일 성분의 사료로 급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4. 눈병 등 후천적 질병, 속눈썹이 안으로 자라나는 등 선천적 안질환으로 인해 눈물이 많을 수 있다.

5. 그냥 타고나길 눈물이 많은 강아지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원인 중 수의사 선생님은 선전적, 후천적 안질환 소견은 없다고 했다. 아직 아기 강아지이니 비루관을 억지로 뚫는 것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알레르기 검사는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나 확실한 검사결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너무 이른 검사라고 했다. 결국 수의사 선생님의 의견은 그냥 좀 지켜보자는 쪽이었다. 전문가의 의견이 그렇다면 따를 수밖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지켜보자는 여유는 며칠 만에 바닥이 나버렸다. 무엇보다 호두가 근처에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눈물 냄새는 나로 하여금 차마 호두를 그냥 지켜볼 수 없게 했다. 목욕을 시킨 직후에는 괜찮아졌다가도 하루 만에 콧잔등이 축축해졌고, 2~3일이면 다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 정말 이걸 어쩌면 좋지. 강아지 눈물에 관해 폭풍 검색에 돌입하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았다.


사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감수성 풍부한 촉촉 호두


우선 사료를 바꿔보았다. 마침 호두를 데려올 때 펫숍에서 사 온 사료를 다른 것으로 바꾸고 싶던 참이었다. 사료 냄새가 너무 강해서 사료통을 열 때마다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기 때문이었다. 이참에 잘 되었다 싶어서 눈물을 줄여줄 수 있다고 광고하는 연어 성분의 사료를 구입해 보았다. 하지만 한참을 먹여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다음은 영양제를 구입해 보았다. 강아지 간기능을 개선하고 메리골드 등 눈건강에 도움이 되는 츄잉 영양제였다. 사료 외에 간식을 먹어본 적이 없는 아기 강아지라 그런지 호두는 영양제만 내밀면 이성을 잃고 흥분해서 먹어치웠다. 강아지 입맛에 딱인 듯했다. 맛 좋은 것으로는 와따이지만, 효과는 글쎄. 한 통을 다 비워도 호두는 여전히 감수성 풍부한 강아지였다.


점점 털이 자라나 눈을 가려갔다. 눈가 털이 눈을 자극하나 싶어서, 눈 주변의 털을 잘라주었다. 얼굴 근처에 가위질을 한다는 것이 어찌나 겁이 나는지, 유튜브 관련 영상을 수십 번은 돌려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도 손을 부들부들 떨어가며 잘라주었다. 반들반들한 눈동자가 다시 드러나 딱 보기에도 시원해졌지만, 눈물은 여전했다.


인터넷을 더 찾다 보니, 냄새는 눈물 자체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축축하게 젖은 털에 세균이 증식해서 그런 것이라며 파우더를 발라 보송보송한 털 상태를 유지해 주면 도움이 된다는 얘기가 있었다. 눈물티슈와 눈물파우더를 사서 매일 닦고 발라주었다. 파우더를 발라 두어도 눈물은 여전히 촉촉하게 배어나오니 오히려 파우더가 밀가루 반죽처럼 떡졌다. 진짜 완벽한 실패였다.




해결은 했냐고? 그럼! 우리는 방법을 찾았다, 늘 그렇듯이. 호두는 이제 콧잔등이 보송보송 깨끗하다. 알레르기 검사도 해본 적이 없고, 비루관을 뚫는 시술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찾은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했다.


호두의 눈물냄새로 한참 고민이 많던 어느 날, 나는 남편에게 투덜거렸다


"어휴, 사람이면 폼클렌징으로 박박 문질러 씻어버리고 싶다."
"진짜 씻어주면 안 되나? 생각해 보면 호두 목욕한 다음 며칠간은 냄새 안 났잖아."
"응? 강아지 목욕은 2주에 한 번만 하라고 했잖아."
"샴푸로 씻는 게 아니고, 그냥 물세수라도 해주면 안 되나?"
"글쎄... 그래도 되는지 한 번 찾아보자."


찾아보니 꽤 많은 견주들이 강아지를 매일 세수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검색해 보니, 매일 써도 무방한 강아지용 세안제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눈에 들어가도 따갑지 않은 순한 성분의 세안제와 세수보를 구입했다. 몸의 털까지 젖으면 말리기 힘드니까 세수보를 씌우고 얼굴에만 물이 묻도록 하여 씻겨 보았다. 결과는 그야말로 유레카였다.


이제 호두는 매일 산책을 다녀온 뒤 발을 닦은 뒤 세수를 하고 있다. 콧잔등은 매일 보송보송 귀엽고, 불쾌한 냄새도 더 이상 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근본적이고 쉬운 해결책을 두고 멀리 둘러둘러 돌아온 기분이다. 강아지 눈물 냄새로 고민 중인 세상 모든 초보 견주들에게 널리 알려주고 싶다. 여러분, 근본적인 해결은 세수입니다, 잘 씻기고 잘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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