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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울 연 Oct 21. 2024

노력으로 맞춘 적성의 퍼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말,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무한히 속으로 빌었다. 나만큼은 예외이길. 이 일만큼은 재능이 있길. 나도 뭐 하나쯤 재능 있는 게 있겠지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에 재능이 있다는 건 더없는 행운이다. 재능이 있는 일을 좋아하게 되는 것도.

아직 짧다면 짧은 생이지만 좋아하는 걸 찾아 나선 것과 동시에, 난 무엇에도 재능이 없다는 걸 알았다.

좀 더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아직은 찾지 못했다.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각가지 사연이 있어 보이는 다양한 손님들을 마주하게 된다.

노트북과 아이패드와 두꺼운 책을 들고 예전의 나처럼 머리를 쥐어 감싸면서 한숨을 쉬는 손님도,

일행분들과 중요한 어떤 미팅 후 배웅까지 해드리고 돌아와 한숨을 쉬는 손님도,

아무렇지 않게 통화를 끝내고 한숨을 쉬는 손님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 그들의 삶을 잠깐 엿보는 기분이 든다.   

  

한숨이라는 건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맞을까? 아니면 찾는 중일까 아니면 체념한 걸까?

그들이 내뱉는 한숨을 들으며 나 역시 내 고민이 떠올랐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섰지만, 여정에서 무수히 많은 의문과 좌절을 마주한다.

어쩌면 그들도 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을지 모른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무언가를 놓아야 할지 붙잡아야 할지 갈등하는 그 모습들이 너무나 익숙하다.

결국 모두가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 그 길 위에 서 있는 우리 모두 비슷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잘할 수 있는 걸까? 합리화는 아닐까? 그저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반복되고 있는 건 아닐까?     


사실은 맞는 말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출발선은 같다. 인생이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는데, 그와는 다른 문제다.

처음부터 빛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부분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빛나게 만들어갈 뿐이다.     


재능이 없다고 느끼더라도, 그게 끝의 이유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그만큼 더 노력할 이유가 되지 않을까?


          



‘재능이 있다’는 것과 ‘적성에 맞다’는 말은 결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적성은 자연스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 일이 내 적성에 맞는 일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결국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얼마나 그 일에 몰두하고 꾸준히 해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재능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오히려 더 집중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적성에 맞게 만드는 것도 결국, 그 일에 대한 애정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최선을 다한다는 건 그 일을 향한 열정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를 얼마나 성장시키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오늘도 퇴근길 내 한숨과 함께 수많은 걱정과 소망을 내뱉는다. 김이 되어 하늘로 날아가길.  

   

“아빠, 아빠가 항상 하는 말 있잖아. 최선을 다 했으면 됐다고. 근데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해?”  

   

“최선을 다 한 게 맞아?”     


나는 잠시 침묵했다. 최선? 최선을 다 했던가. 내가 찾아 떠난 모든 여정 속 정말 최선을 다 했던가?     


“최선을 다 했으면 결과는 마음에 안 들 수가 없어 딸. 왜인 줄 알아?
정말 정말 최선을 다했으면 결과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의미 있고 뜻깊거든.”     


아빠의 말을 듣고 문득 깨달았다. 내가 생각하는 ‘최선’이란 무엇일까?


사실, 최선을 다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다. 마음 한구석에선 언제나 더 잘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아빠의 말처럼, 진정한 최선이란 결과를 떠나서도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비록 당장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내가 그 안에서 얼마나 노력했고, 무엇을 배웠는지를 되새기는 것이 진정한 성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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