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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이 개명해 준 내 이름

only one, 웃을 희

by 이원희 Feb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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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깊은 산속에 있는 연못에 본인 이름이 적힌 명찰을 던지며 소원을 말하면

멋진 이름을 알려주는 산신령이 있다는 전설이 있었다.

산신령이 주신 이름으로 개명을 하면 그 이름 뜻을 따라 멋들어지게 성공도하고 돈도 벌 수 있다고 했다.

카더라~ 하는 소문들이 무성했지만, 실제로 그 산속의 산신령을 만났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 얘기를 전해 들은 원희는 어느 날 꿈속에서 산신령과 연못을 보며 잠에서 깨어났다.

간절함이 꿈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평소 맛집을 찾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원희는 우연히 개명하고 유명한 식당을 하고 있다는

식당 주인을 만나게 된다. “이미한”에서 개명한 이름은 "이미정"이었다.

식당 이름은 "이미정한식당" 이었다. 고객들이 이미 정하고 찾는다는 그 식당은 요즘 대박식당이다.


사장님을 찾아가 산속 위치를 물었다. 처음엔 머뭇거리더니 꿈 이야기를 하니 생각보다

쉽게 위치를 알려주셨다. 원희는 뭔가 술술 풀리는 것 같았다.


사장님은 마지막 한 가지를 강조했다. ‘소원은 딱 한 가지만 말해야 해’

연못 위치를 확인한 원희는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마지막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꼬박 하루를 걸어 굽이굽이 찾아간 산속의 연못은 가로세로 50m도 안 되는 작은 연못이었다.

연꽃이 예쁘게 피어있고, 개구리도 뛰어다니고, 오리 가족들도 보였다.

평범해 보이지만 분명 꿈에서 본 작은 연못이 맞았다.


원희는 간절한 마음과 염원을 담아 연못에 명찰을 던졌다.

그러자 정말로 뿌연 안개와 함께 산신령이 펑~하고 나타났다.      


'네가 이원희이냐'

'네. 신령님 개명하고 싶어 힘들게 찾아왔습니다.'

'그래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소원을 그렇게 많이 생각하고 갔는데도 산신령이 진짜 나타나니 당황스럽고 떨렸다.


“저는 맘에 안 드는 사람들을 혼내줄 수 있는 권력과 힘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블라블라~ 돈도 많았으면 좋겠고, 사업도 흥면 좋을 것 같아요~”


원희는 본인도 모르게 욕심을 부리며 한가지가 아닌 여러가지 소원들을 하소연하듯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분명 원희의 기억에는 식당 사장님이 욕심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원희는 생각했다. 이것이 욕심일까?

어렵게 만난 산신령님께서 얘기만하면 다 들어주실 것만 같았다.


산신령은 나에게 껄껄 웃어 보이며 아무 말 없이 '펑' 하고 다시 연못으로 사라졌다.


'뭐지? 이름이 저절로 나오는 건가?'

이상한 마음으로 연못을 바라보고 있으니 작은 명찰이 툭 튀어나왔다.

명찰은 녹이 슨 것도 같고 구리인지 알리미늄인지 금은 아닌 것 같은데 손가락만 한 구릿빛 금속 명찰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명찰을 확인해보았다.

"이원희"라고 쓰여있었다.


'뭐야, 지금 내 이름하고 똑같잖아! 도대체 무슨 개명을 해준다는 거야?"

어떻게 해야 할지 사장님께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보고 올 것을 하고... 원희는 허겁지겁 온 것을 후회했다.


기다려도 다시 산신령이 나타날 기미가 안 보이자 실망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피곤했던 원희는 집에 도착해서 본인도 모르게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또 연못 꿈을 꾸었다. 원희는 다시 산신령이 있는 연못에 와있었다. 산신령께 물었다.

“개명해주신다고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주신 명찰은 지금 제 이름과 똑같지 않습니까?”


그러자 신령님은 Only one (원) 웃을 咥(희)를 적어주셨다.

'너는 너 하나만으로도 매일 웃을 일이 있을 것이니 이름은 이원희로 하고 웃으며 살면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야.'


잠에서 깨어난 원희는 생각에 잠겼다.     


원희의 이름의 한자는 근원 原(원) 복 喜(희)로 복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모든 복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의미로 엄마가 지어주신 이름이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개명하고 싶었던 마음은 없었으나 일이 잘 안 풀리는 것 같았다.

개명이라도 하면 좀 더 좋아지려나 하고 연못을 찾아 나섰던 것이었다.


신령님은 only one, 웃을 희로 유일한 내 모습으로 살아갈 때 웃을 수가 있다는 의미의 이름을 주셨다.  

   

실은 원희는 요새 웃을 일이 도통 없었다.

이혼하며 소송도 하고 사춘기 아들과 부딪히고 엄마와도 의견충돌이 나서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계속 몸이 아파서 병원도 들락거리며 피곤했다.

돌이켜보니 내가 편안할 때 우리가 모두 편안하고 행복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의 상황이 아니라 내면의 마음가짐과 삶에 대한 태도라는 것을 놓치고 있었다고

원희는 생각했다. 이름을 찾으러 가는 과정은 개명하고 성공을 위한 길이 아니었다.

나를 찾는 과정이었으며, 고통과 갈등에서 벗어날 길을 찾는 과정이었던 것이었다.


산신령님은 우리가 쫓는 허황한 꿈을 버리고 욕심을 내려놓고 웃으며 살아가라고 말씀을 해주신 것이 아닐까.     


다음 날 아침 원희는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났다.

등교하는 사춘기 아들에게 “좋은 하루 보내자~”라고 먼저 웃으며 인사를 했다.

억지로 설득하거나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조금 기다려주겠노라고 마음먹었다.

해가 서쪽에서 뜬 것처럼 날 이상한 듯 바라보는 엄마에게 “어제 엄마가 말한 거 알 것 같아. 아들이랑도 잘 지내볼 게~” 라고 이야기했다. 오늘은 휴무를 신청하고 쉬지 않고 달려온 나에게 쉼을 주기로 했다.

점심때는 맛난 보리굴비 식당 엄마랑 가려고 예약도 해놨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지금까지 모든 일이 안 풀리는 것 같았지만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순간을 즐기면서 일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식당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거울을 보았다.  

    

원희는 씩~ 웃었다.

     

그래, 웃으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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