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
파도는 단 한 번의 숨을 뱉기 위해 부딪치고, 부서지고, 다시 모이고 무수한 날들을 반복한다.
망망대해를 홀로 떠돌며 수천 번, 수만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뭍에 닿으면
그제야 안도의 숨을 거세게 토해내며
"나, 치열히 살아왔다고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얘기라도 하는 듯 하얀 숨이 천천히 퍼져나간다.
그러고는 잠시, 자신의 흔적을 모래사장에 눌러 남긴다.
조금 전까지의 몸부림을 잊은 듯 잔잔하게 흩어지며.
살았다는 증거는
금세 사라질, 모래 위의 자국 하나.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흔적일지라도
누구보다 뜨겁게, 누구보다 격렬하게
한 생을 다해 이곳에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