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는 월요병, 금요일에는 불금
'월요일엔 월요병'. 직장인들에게만 익숙한 줄 알았던 말이었다. 주부에게 있어 주말이란 쉬는 날이 아닌 본격적으로 일하는 날. 그런 주말이 끝나갈 때쯤 월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나 또한 기다린 오늘, 월요병에 잠식당할 뻔 한 오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본디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할 때 이유는 끝도 없이 늘어난다. 그것이 개인의 의지에 달려있는 일이라면 더욱 심하다. 오늘만을 기다렸던 나에게 운동이라는 숙제가 아침부터 압박해 오기 시작했다. 월요일마다 등장하는 고질병과 함께 말이다. 침대에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 갖가지 이유들을 고민한다. 가장 흔한 이유인 '오늘 쉬고 내일 열심히 운동할까?'부터 시작해서 '주말에 힘들었으니 월요일은 좀 쉬어도 되겠지?', '주말 동안 식단 열심히 했으니까 오늘 안 가도 될 거야.' 등등 천사와 악마가 본격적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마다 이러고 있는 스스로를 보면서 왜 PT를 등록했는지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의지박약.
혼자 고민하다가 안될 경우 그다음 단계는 주변 사람들이다.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왜 사람들은 스스로 답을 이미 내려놓고 그것을 타인의 입을 통해 듣길 원하는지 말이다. 친구에게 물었다. "넌 오늘 운동 갈 거야? 피곤하지 않아?(오늘 쉴 거라는 말을 기대하면서)" 심지어 같은 헬스장도 아니면서 대체 왜 물었던 걸까? 그것도 매주 월요일마다 꾸준히. 그 꾸준함으로 운동을 했으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진 않았을 덴데.
"나도 고민이야. 월요일인데 넌 갈 거야?" 친구의 대답이다.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 또한 나와 같은 생각으로 물어본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이들 등원 준비에 너무도 바쁜 아침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헬스장은 서로 다르다. 그녀는 말했다. "나는 몸이 좀 안 좋으니까 너는 꼭 가." 말이야 방구야. 참으로 진정한 친구가 따로 없다. 이리도 친구의 다이어트를 도와주다니 감동이네.
일단 운동복을 입기 시작했다. 사실 이전의 나라면 쿨하게 안 가고 침대로 직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며칠 동안 짧게라도 운동을 안 한 날에는 집에서 쉰다는 이유로 기분이 많이 처지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 해서 끌어올린 에너지인데 이런 이유로 다시 사라지게 할 순 없단 생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마음이 바뀌기 전 일단 가방부터 챙겼다. 너무 하기 싫으면 샤워라도 하고 오자는 생각으로. 진심이었다.
개인운동을 할 때엔 늘 항상 지키는 것이 있다. 운동은 1시간 안에 무조건 끝내자. 누군가 말해준 적이 있었다. 처음부터 너무 열정적으로 2시간씩 운동하다 보면 금방 지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다른 말은 잘도 넘기면서 이런 말은 참 잘 지킨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웨이트를 한 지 30분이 되면 깔끔하게 모든 걸 멈추고 유산소를 하러 간다. 확실한 건 3년 전보다 지금 아주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거면 됐지. 합리화 끝.
그렇게 오늘의 숙제를 마칠 수 있었다. 정확히 1시간 동안 운동하고 개운하게 샤워까지 마무리. 집에 오자마자 산뜻한 기분으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월요병에 지지 않은 스스로에게 만족하면서 말이다. 금요일이 되면 주말 전 에너지 비축이라는 이유로 또다시 고민하겠지? 매주 그래왔던 것처럼.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지만 참 일관성 있다. 운동은 꼭 해야 한다는 말을 왜들 하는지 알 것 같지만 나에게도 필수가 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꾸준히, 일관성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