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고백
저녁 시간 다 되어서야 바람이라도 좀 쐬자며 우리 집으로 와 나를 이끌고 밖으로 데리고 나온 선배.
화장끼 없는 쌩얼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체육복 세트 차림과 슬리퍼 대충 신고 나온 나의 모습에도 그저 예쁘다고 남발하는 선배의 입이 나는 무진장 거슬리고 있다.
(대체 나의 어떤 모습을 보아야만 선배는 질려할까?)
선배 따라온 곳은 크나큰 카페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선배에게 말한다.
"나 화장도 안 하고 옷도 구질구질에 이런 나를... 나 x 먹여?"
선배에게 이런 과격한 쓴소리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 복장은 카페 오지 말라고 적혀있냐?
왜 그렇게까지 신경 써?"
"그건 선배 생각이고, 난 집 앞 편의점을 가도 꾸미고 가는 스타일이라 그래, 신경 쓰여!"
역시나 주위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사는 선배와 나는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았다.
타협 끝에 우리는 최대한 사람들의 시선 받지 않을 구석 자리를 택하여 앉게 되었다.
이번에는 나와 달리 구석진 자리를 선배는 불편해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를 배려해주고 있었다.
"이제 좀 괜찮아?"
"어"
"어딜 가도 나는 너만 제일 돋보이는데"
"좀 그만해!"
"예쁜걸 예쁘다 말 못 하고 살면 어쩌냐?"
(오늘따라 평소 같지 않게 선배는 왜 도발스럽지?)
주문한 커피를 선배와 마시는 중
"은혜야 나 잠시만 전화 한 통화 좀 하고 올 테니까 천천히 차마 시며 기다리고 있어 줘"
"알았어"
시간이 조금 길어지고 선배가 돌아왔다.
선배의 손에 들려진 커다란 사탕바구니
또 이벤트 장착 시간인 선배
자리만 비우고 사라졌다 하면 그냥 나타날 일 없는 선배.
"뭐야? 거추장스럽게 들고 있는 건?"
"오다 주웠어 받아"
내게 사탕 가득 꽃밭으로 되어있는
틈 사이 정성 깃든 손 편지까지 꽂혀있는 바구니를
내게 건네는 선배
계획 한가득 준비한 선배와 달리 늘
서툰 선배의 이벤트가 내 눈에는 훤히 다 보인다.
나는 지금 손발이 오글거려지는 분위기가 싫어
괜스레 선배에게 핀찬이나 한 바가지고 주며
받은 사탕들을 그 자리에서 우걱우걱
다람쥐처럼 입안 가득 쟁겨 넣어
빙구 같은 웃음을 선배에게 쏘아주었다.
(이거 완전 또 고백 도전 할 각 인데?
오늘은 화이트데이였기에 고백하기 딱 좋은 찬스란 것을 느낌적 느낌으로 나는 알 수 있었다.)
선배로부터 진지한 고백이 채 나오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 쳐
"나는 선배랑 친구처럼 편한 사이가 너무 좋아"
선을 그어 주었다.
"은혜 너 평생 따라다니며 옆에 있을 거다. "
당황하지 않은 척 농담으로 포장하려는 선배.
(사랑의 쫄보 너의 이름은 바보.)
커밍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