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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서사가 있다 6

by 로즈릴리

6월 중순 안나는 2주 빨리 종강을 선언했다.


(디토) “이제 종강인데, 여름방학 계획은 세우셨어요?”


원어민 ‘디토’가 이승후에게 물었다.


(이승후) “아뇨, 집콕해야죠. 방학에 디토샘은 고향 나라에 다녀오시나요?”


(디토)“가고 싶지만, 오고 가는 것이 만만치 않네요.”


그때, 정지희가 계단을 내려오며 안나샘이 이승후를 찾는다고 전했다. 이승후는 다시 계단을 올라가 안나의 연구실로 향했다.






긴 여름방학이 끝나 갈 무렵 마리는 도서관 근처에서 정지희를 만났다.


(정지희)“어머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홍마리)“오랜만이네요.”


마리와 지희가 인사를 나누고 있는 동안 이승후가 도서관에서 책을 한 뭉치 빌려서 나오고 있었다.

이승후는 마리와 지희를 보더니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급히 사라졌다. 지희가 그런 이승후의 모습을 보더니 몹시 당황하며 말했다.


(정지희)“선생님, 이런 말 조심스럽지만... 이승후 조심하세요.”


(홍마리)“왜요? ”


(정지희)“이승후는 거짓말을 잘해요, 저에게 거짓 이유를 갖다 붙이면서 성적표를 보여달라고 했어요. 지도교수님께서 성적표를 취합하라고 했다면서요. 저는 멋모르고 성적표를 휴대폰으로 찍어 보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어요.”


(홍마리)“아니, 알아보면 금방 탄로가 날 거짓말을 왜 할까요? 지희 양에게 관심이 있어서 성적이 궁금하면 성적 잘 나왔냐고 물어보면 될 텐데요.”


(정지희)“그러니까요,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신입생 환영회 때 술 먹고 교수님들한테 실수해서 교수님들한테 찍히고 학생들도 다 피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선생님도 미리 조심하는 것이 좋겠어요.”






2학기가 시작되었다.


안나는 마리에게 전화를 걸어와 점심을 함께 먹자고 했다. 교내식당에서 간단히 순두부 백반을 먹고 나서

안나의 연구실에 들어가 차를 마셨다. 안나는 대수롭지 않게 마리에게 물었다.



(안나) “너 그 소문 들었니? 이승후와 정지희가 동거한다는 말?”


(마리) “처음 듣는데 무슨 소리야?”


(안나) “정지희가 나를 찾아왔어. 이승후가 학교에 이상한 소문을 내고 다닌다면서 괴롭다고 하더라.”


(마리)“난 그런 소문은 듣지 못했는데, 언제 한번 도서관에서 정지희를 우연히 만났는데, 이승후를 조심하라면서 단단히 당부하더라”


안나는 시원한 음료수에 얼음 알갱이를 잘게 부수어 넣었다. 빨대를 입으로 가져가 한 모금 마시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나) “이승후가 나에게 몹쓸 짓을 했어”


(마리) “무슨 말이야?”


(안나) “사실은 1학기 언어학 종강이 있던 날 저녁에 술자리가 있었어”


(안나)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술을 마시러 갔어. 근데 술자리에서 이승후가 평소와 달리 매우 거친 행동을 하며 실수를 하더라고”


(마리) “실수?”


(안나) “남자가 술 먹고 하는 실수가 뭐가 있겠니? 쯧~~~~~”


(마리) “......”


(안나)“학구열도 있고, 똑똑해 보여서 좀 키워주려고 했더니 아주 무례하게 깡 소주를 마시며 성희롱을 하더라.”


(마리)“사실이야? 믿어지지가 않네 이승후가 정말 그랬어?”


(안나)“그럼 내가 지금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기라도 한다는 거야?”


(마리)“아 그건 아니구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마리는 안나의 연구실에서 나오다가 멀리서 100미터 전방에서 원어민 ‘디토’와 나란히 걸어가는 이승후의 모습을 봤다.









며칠 후 이승후는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이승후 본인 맞나요?”

“네, 제가 이승후입니다.”


“여기는 단과대학 징계위원회입니다.”

“네 무슨 일이시죠?”


“노안나 선생님이 이승후 씨를 성희롱죄로 신고하였습니다.”

“네? 저는 그러한 사실이 없습니다.”


“이번 주에 나오셔서 조사를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신고 건으로 노안나 선생님이 분리요청을 하셨어요. 메일로 분리요청 항목을 보내 드릴 테니, 읽어 보시고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분리요청에 비협조할 경우, 오히려 불이익을 더 당할 수 있으니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승후는 메일을 열었다.


분리요청 항목


1. 도서관 동선 분리

2. 도서관 이용 시 노안나가 이용하는 요일을 피할 것

3. 노안나 강사의 수업은 수강이나 청강을 피할 것

4.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 것 (비밀 엄수)

5. 신고건에 대하여 교직원이나 학생들에게 말을 전할 경우, 2차 가해가 되는 것을 명시할 것


메일을 열어 본 이승후는 분리요청 항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청천벽력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처음으로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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