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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35화] 고난 끝에 찾은 빛나는 날들

by U찬스


길어진 병원 생활로 인해 힘들어질 만도 했지만, 찬희는 이제 그리 큰 걱정이 들지 않았다.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을 것이고, 부러진 다리나 머리쯤이야 언제든 다시 붙으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죽을병도 아닌데, 뭐.'

찬희는 처음 병원에 실려 와서 몸도 마음도 피폐했던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이토록 자신이 가벼워졌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때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기분이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마음마저도 아무런 희망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얼른 나아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자신을 움직이게 했다.
몸의 상처가 점점 아물수록 마음의 상처 또한 아물어 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따금씩 뺑소니 운전자가 떠오를 때면 분노가 차 올랐지만, 어디서 언제 잡히든 처벌은 법에 맡기며 자신은 그냥 잊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 대담해 지다니...'

누구보다도 마음이 여리고 약했던 찬희는 자신이 이렇게 바뀌게 된 건, 병원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쓴 덕분이라 생각했다. 침대 옆에는 이제 수현이 사다 준 책뿐만 아니라, 한 때 같은 직장의 동료였던 지윤과 보람, 그리고 은영과 려화가 사다 주고 간 책들도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 책들을 읽고 또 읽으며 찬희는 마음의 면역력을 얻었다.

어떤 병이 침범하더라도 절대 걸리지 않을 것 같은 면역력. 과장해서 말하자면, 있던 병도 싹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과, 금방이라도 집으로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마저 생겼다.

찬희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자신의 삶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짧은 생을 살았지만, 하루를 살아도 즐거운 마음으로 살다 간 진우가 옳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찬희는 글을 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매일 적어가기 시작한 소설은 이제 꽤 완성이 되어 가고 있었다.

찬희는 때때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 게 조금 우습기도 했지만 이제 남의 이목 따위는 생각 안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너무 남의 눈만 의식하고 살았던 게 아니었나 하는 후회마저도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이 겪은 고난을 글로 승화시키고 싶었다. 계속 쓰다 보니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왜 이런 고통을 겪게 됐는지도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쓰다 보면 질문의 답을 알 수 있을 듯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이어나간 글쓰기가 그녀를 버티게 했다. 재활치료로 힘든 날도, 불쑥 찾아오는 외로움도, 그녀는 글 속에서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찬희는 언젠가 병원을 떠나 집으로 돌아갈 날이 온다면, 그날은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고난 속에서도 빛나는 날들을 찾아가는 새로운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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