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롤로그

"아줌마의 땀나는 일기"를 시작하며

by 민송


나는 원래 달리기를 싫어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운동을 접해왔지만, 달리기는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느낌은 끔찍했고, 땀이 줄줄 흐르는 내 모습은 더더욱 보기가 싫었습니다. 헬스장에서도 러닝머신보다는 스탭퍼나 크로스워킹을 선호했고, 뛰느니 차라리 두배로 걷겠다 할 정도로, 저는 확실한 러닝 혐오자였습니다. 주위에 달리기를 즐기는 지인들이 많아도 결코 흔들리지 않던 저. 그런데 이 아줌마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합니다. 43번째 여름이었습니다.




20대에는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했고, 출산 후 아이를 키우면서는 생존을 위해 운동했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아들을 돌본다는 건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이제는 다이어트도 의미 없고, 육아 체력의 절정도 지나왔지만 여전히 운동을 합니다. 이번에는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고 나이 들기 위해서입니다. 건강한 엄마로 아이의 곁에서 오래, 그리고 굳건하게 있기를 바라며.

2025년 여름 방학. 3주밖에 안 되는 짧은 방학이었지만, 2주 차에 접어들자마자 아이가 독감에 걸렸습니다. 수액주사를 맞고도 고열이 닷새간 이어졌고, 결국 연이어 주사를 맞고서야 겨우 열이 내렸습니다. 아이를 돌보다 저도 독감에 옮았지만, 저는 아플 수도 없었지요. 약에 의지하며 정신력으로 버텨낸 일주일. 집 안에 갇혀서 지낸 8월의 첫 주는 너무 길었고, 답답함은 차곡차곡 쌓여갔습니다. 그때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달리면 이 답답함이 조금은 가벼워질까?


그렇게 저는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지인이 쓰던 러닝 어플을 깔고, "걸으세요, 뛰세요"를 반복하는 어플 아저씨의 목소리를 따라 걷다 뛰다를 반복했어요. 시작은 1분 달리기 2분 걷기. 의외로 1분 달리기는 할 만하더라고요. 그렇게 시작된 저의 슬로우 러닝은 어느덧 6주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지금은 쉬지 않고 40분 또는 5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게 되었고, 달리러 나가는 저녁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아직 달리기는 많이 서툴고 어색합니다. 첫 바퀴를 뛸 때면 어김없이 다리가 무겁고, 발목도 무릎도 삐걱대는 거 같아 불안해요. 그만하고 들어갈까 하는 생각도 자꾸 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계속 뛰어보려고 합니다. 모든 운동의 처음은 다 그러하니까요. 혹시 지금도 운동을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나도 달릴 수 있을까' 두려운 분이 있다면, 제 이야기가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보다 함께라면, 막막함도 '엄두'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저의 '땀나는 일기'를 시작합니다.




신체적으로 힘든 일을 해내는 것은 엄청난 인생의 비결이에요.
힘든 일을 해내면 그 이후의 삶이 훨씬 쉬워지고, 모든 것에 더 감사하게 되죠. ……
일부러 육체적인 불편함으로 뛰어든 뒤에
고통을 견디면서도 그 일이 왜 필요한지를 깨달으면
정신적으로 굳은살이 붙습니다.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 중에서
p.379




여름밤의 달리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