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주 Dec 02. 2024

내가 좋아하는 음악, 우리 아이에게도 좋을까?

음악교육,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맞는 걸까?


선생님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저는 진짜 아이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었거든요.

나에게 제일 많이 하는 질문 TOP 3안에는 항상 이 질문이 들어가 있다.

바로 ‘아이에게 들려줄 좋은 음악을 추천해 주세요’이다. 요즘은 아이들을 위한 클래식 모음 CD도 있고 유튜브에 검색하면 쉽게 아이들을 위한 클래식을 추천해 주는 채널이 나온다. 아이들을 위해 엄선된 음악이니 그냥 틀어주면 되지 않을까?라고 대부분 생각하지만 나는 여기에 하나의 팁을 더 전하고 있다. 그건 바로 ‘아이의 반응 살피기’이다. 우리는 좋은 음악을 고르는데 에너지를 10%만 사용하고 나머지 90%의 에너지는 음악을 듣는 아이의 반응에 집중해야 한다. 

흔한 오해가 있다. 음악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준다는 것. 그렇지 않다. 음악은 큰 틀에서 생각하면 아이에게 ‘식사’와 비슷한 원리로 작용한다. 제아무리 좋은 재료, 완벽한 영양소를 갖춘 음식을 준다 해도 아이가 잘 먹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이 음식이 영양학적으로 좋은 것과 아이에게 좋은 건 다르다는 걸 아이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아이가 먹으면 참 좋은 음식이지만 거부하는 아이를 보며 애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절감할 터.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공을 들이지만, 그 음식을 대하는 아이의 반응을 살피면서 아이의 다음 식사를 계획하는 건 성장기 아동의 양육자라면 누구나 노력하는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음악도 꼭 그렇다. 가까이 두면 좋을만한 음악은 무수하지만, 그 음악을 받아들이는 건 아이의 몫이기에 내 아이가 좋아하고 즐겨 듣는 음악이 무엇인지에 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도은이의 수업이야기


오늘의 수업주제는 ‘나만의 반려음악'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반려자의 뜻은 ‘짝이 되는 사람'으로 반려동물은 자신과 짝이 되는 동물, 반려식물은 짝이 되는 식물이란 뜻이 있다. 이처럼 반려음악은 자신에게 짝이 되는 음악을 찾는 과정의 수업이다. 자신의 취향이 듬뿍 담겨 있고 그것이 내 짝이 되어 힐링과 힘을 주는 존재가 된다면 그 음악은 단순한 음악이 아닌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이지 않는가. 


수업이 시작되었다. 차분한 느낌이 드는 드뷔시의 ‘달빛'이 플레이 리스트에 들어가 있던 날. 음악이 플레이되자 아이들은 대부분 잠이 오는 음악이라며 잠자고 있는 그림을 그리거나 말똥말똥했던 눈이 이미 풀어져 자려는 시늉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선생인 나 역시도 어딘가에 당장 눕고 싶은 기분이 들만큼 편안한 느낌을 오롯이 느끼던 그 순간.


이거 너무 무서워. 듣기 싫어. 저 이거 진짜 싫어하는 거예요. 해골 같아.

“으.. 응? 무섭다고?”

“네. 무서워요. 많이.”


아이 앞에 있던 하얀 종이는 이미 하얀색을 잃은 뒤였다. 검은색과 회색을 빽빽하게 채운 아이 그림에 보이는 작은 해골. 고개를 들어 아이를 보니 작고 조그만 얼굴에 보이는 불안함.


“이 곡을 들어봤니?”

“네”


“이 곡을 언제 들어봤니?”

“매일 듣고 있어요.”


도은이가 그림에 채운 색처럼 내 마음은 검은색과 회색으로 빽빽하게 채워지는 것 같았다.

아이가 매일 듣고 있는 음악. 이렇게 무서워하고 불안해하는데 이 곡을 왜 들었던 거니 아가야.

수업이 끝나자마자 당장 어머님을 찾았다.




"도은이 어머님, 잠시 시간 되시나요."

항상 밝은 에너지로 아이를 대하시던 어머님.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어머님이다. 

아이 교육에도 정말 열정을 다하시는 어머님이셔서 존경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던 분. 

수업 피드백 시작 되었다. 피드백 공간의 배경 음악을 의도적으로 드뷔시 ‘달빛’으로 바꿨다.

음악이 나온 뒤 어머님 표정이 더 편안해 보이시는 건 나의 기분 때문이었을까.


“어머니, 이 곡 들어보셨나요?” 


네, 선생님. 제가 좋아하는 곡이에요.



“이 곡을 좋아하시군요. 오늘 아이들이 감상했던 곡이에요.  이 곡을 들으시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이건 제가 쉴 때 주로 듣는 음악이라서 그런지 쉬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요?”



“그럼 도은이도 달빛을 좋아하나요?”

“네. 도은이 자장가 인걸요. 

잠시만요. 선생님 혹시 도은이가 이 곡을 안 좋아하나요?”

눈치 백 단 어머님. 피드백 자리가 왜 생긴 지 바로 아셨다.



“어머니, 오늘 도은이의 표현을 설명해 드릴게요.”


어머님은 아이가 표현한 것을 보고 너무 놀라시며 눈물을 보이셨다. 항상 밝은 얼굴을 하신 어머님의 얼굴은 내 마음을 한차례 거쳐간 검은색과 회색의 그림자들로 빽빽하게 뒤덮이고 있었다. 어머님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안 좋았지만 어머님께 아이가 보인 반응을 더 자세하게 전달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그 순간에는 더 크게 들어 피드백을 멈출 수 없었다. 


도은이와 다르게 어머님은 ‘달빛'이라는 곡을 정말 좋아하셨고 음악을 들을 때 마음이 너무 편안해져 아이에게 자장가로 들려주면 좋을 것 같아서 자주 틀어주시던 곡이라고 하셨다. 좋은 마음으로 한 행동이었지만 아이는 그 음악을 듣는 시간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눈물을 보이신 것이다. 이처럼 아이의 반응 살피기는 음악 감상을 할 때 아주 중요하다. 




음악을 들려줄 때,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이나 아이들이 주로 보는 음악 동화에 나오는 음악만 들려주는 가정도 많이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은 음악이라고 광고를 하기도 하고 또 직접 들어보니 훌륭한 작곡가가 만든 음악이 좋은 것 같아서 들려주는 경우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비슷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자란다. 여기선 아이러니 한건 우리 모두 생김새는 물론 성격, 취향이 모두 다른데 어째서 음악은 같은 것을 들려주고 또 듣는 것을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 걸까. 심지어 그 음악은 '이런 느낌이래, 그렇게 느낀 거 맞지? 이 음악 훌륭하지.' 라며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좋은 음악이라고 단정 짓는다. 같은 음악을 듣는다고 모두 다 똑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다는 것은 위에 사례에도 소개했지만 심플하게 생각해 봐도 오히려 모두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한 게 아닐까?


어른들은 모차르트나 베토벤이 위대한 작곡가라는 사실을 알고 곡을 들었던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곡이 나에게 좋은 느낌인지 별로인지 느낄 새도 없이 명곡이란 타이틀에 좋다는 감정을 앞세웠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정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솔직하게 감정으로 표현하고 본인에게 듣기 좋은 음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는 귀를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좋은 음악을 고른다고? 그건 아이의 반응을 보고 선택해도 늦지 않는다!




작가의 말

글에 나온 '도은'이란 아이의 이름은 실명이 아닙니다.

글에 나오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도레미파솔라시>에 '은'만 붙여 만든 가명을 사용합니다.

앞으로 도은이, 레은이, 미은이, 파은이, 솔은이, 라은이, 시은이의 이야기도 글로 만나보아요 :D


첫 화는 예전 발행된 글을 정성스레 다듬어 브런치 북으로 재발행한 것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