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남자의 하루

단편

by 장순혁

#1

(생각)
남자가 누워있는 침대 옆 서랍장 위에 알람시계가 울린다.
남자는 눈을 감은 채로 손을 뻗어 알람시계를 벽에 던져 부순다.
남자는 마저 잠을 잔다.

(독백)
알고 있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알람시계의 소리에 맞춰 일어나 출근해야한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알람시계를 벽에 던져 부수지 않는다.
나는 일어나야한다.

(행동)
남자가 누워있는 침대 옆 서랍장 위에 알람시계가 울린다.
남자는 부스스 눈을 비비며 일어나 시계의 알람을 끈다.
남자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씻으러 향한다.


#2

(생각)
남자는 정장 차림으로 지하철에 탄다.
지하철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누군가 남자와 어깨를 부딪치자 남자는 그 사람에게 주먹을 내지른다.
남자는 계속해서 그 사람을 때리고 그 사람의 얼굴은 피로 범벅된다.
주변의 사람들은 웅성대며 남자의 주변을 피한다.
남자는 그 사람을 발로 차버리고 넓어진 공간에 흡족해 한다.

(독백)
알고 있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지하철로 출근을 한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출근길의 지하철에서 어깨를 부딪쳤다고 주먹을 내지르지 않는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싸움이 일어나면 말린다.
나는 늦지 않게 출근해야 한다.

(행동)
남자는 정장 차림으로 지하철에 탄다.
지하철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누군가 남자와 어깨를 부딪쳐도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남자가 내릴 때 까지 남자는 사람들 속에 부대낀 채로 답답하게 있는다.


#3
(생각)
회사, 남자의 상사가 남자에게 화를 낸다.
남자의 얼굴에 서류를 집어던진다.
남자는 떨어진 서류를 집어 들고 상사의 얼굴에 집어던진다.
상사의 얼빠진 얼굴을 뒤로하고 남자는 짐을 챙겨 나간다.

(독백)
알고 있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상사에게 모욕을 들어도 참는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상사에게 모욕을 들어도 반항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상사에게 모욕을 들었다고 바로 퇴사하지 않는다.
나는 회사를 다녀야한다.

(행동)
회사, 남자의 상사가 남자에게 화를 낸다.
남자의 얼굴에 서류를 집어던진다.
남자는 상사에게 굽신거리며 사과한다.
남자는 떨어진 서류를 집어 들고 자기의 자리로 향한다.
남자는 피곤한 얼굴로 자리에 앉는다.


#4
(생각)
퇴근 후, 남자는 본인의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데우지도 않은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다.
남자는 꾸역꾸역 억지로 음식을 삼킨다.
남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얼마먹지도 않은 도시락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남자는 입안의 음식을 싱크대에 뱉는다.

(독백)
알고 있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배고픔을 거스르지 않는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얼마 없는 돈으로 산 도시락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는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배고플 때 입안의 음식을 싱크대에 뱉지 않는다.
나는 배고픔을 해결해야 한다.

(행동)
퇴근 후, 남자는 본인의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데우지도 않은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다.
남자는 꾸역꾸역 억지로 음식을 삼킨다.
남자는 도시락을 깨끗이 비운다.
남자는 쓰레기들을 정리해서 버린다.
남자는 멍하니 앉아서 컵의 물을 마신다.


#5

(생각)
남자는 침실로 들어선다.
남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남자는 서랍장의 서랍을 모조리 다 꺼내고는 벽에다 집어 던진다.
남자는 서랍장 옆에 기대어진 해머를 들고 서랍들과 서랍장을 완전히 박살을 내버린다.

(독백)
알고 있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공동주택에서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서랍장의 서랍을 꺼내 벽에 던지지 않는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침실 서랍장 옆에 해머를 기대어두지 않는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해머로 서랍들과 서랍장을 부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괜히 서랍을 열어보고 다시 닫는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지른다.

(행동)
남자는 침실로 들어선다.
남자는 조용히 침대에 앉는다.
남자는 조용히 서랍장의 서랍을 열어보고 다시 닫는다.
남자는 침대의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지른다.


#6

(생각)
남자는 오른손으로 배게 밑의 권총을 꺼낸다.
남자는 권총을 오른쪽 관자놀이 가져다댄다.
남자는 방아쇠를 당긴다.
남자는 머리로 피를 뿜으며 죽는다.

(독백)
알고 있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배게 밑에 권총이 없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권총을 자기 머리에 가져다대지 않는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머리로 피를 뿜으며 죽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개인이 권총을 가지기 굉장히 까다롭다
불가능에 가깝지. 그래서 한국이 안전한 거고.
당연히 평범한 사람인 나는 권총이 없다.
그래서 나는 죽지 못한다. 살아가야 한다.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 날들도.
죽지 못해서,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가야 한다.

(행동)
남자는 베개 밑을 더듬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남자는 소리 지르는 것을 멈추고 베개에서 얼굴을 든다.
벌게진 얼굴을 한 남자.
남자는 멍하니 반대쪽 벽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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