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해보자, 베란다 텃밭.

모종을 샀다.

by 마흔아홉

엄마는,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 아니랄까 봐 그런지

내가 어릴 적에는 마당에서 닭을 키웠고

(1988년 서울올림픽 시절 ㅎ)

옥상에는 흙을 메워 텃밭을 일궜다.


내 지인들 중 누구의 엄마도

집에서 상추며 고추를 키워먹지 않았다.

심지어 도시 한복판에서 닭이 웬 말인가 말이다.


무튼, 휴일이면 엄마는 그렇게 아빠와 선산에 가서 흙을 퍼 날랐고 옥상에 하나둘씩 텃밭을 만들었다.

어느 날 가 보면 상추밭이을 만들어져 있었고 어느 날에는 고추밭이 만들어져 있었다.

언제인가는 방울토마토를 심어서 앙증맞은 방울토마토가 매달려있기도 했었다.


그렇게 40평 남짓한 옥상 전체는 텃밭으로 만들어져 갔다.

여름에는 옥상 텃밭 사이에 간이텐트를 치고 라디오 들으며 시원한 낮잠도 즐겼더랬다.

친구들과 아이스크림 먹으며 수다도 떨었었다.


물론 나이가 들고 이사를 다니면서 엄마의 옥상 텃밭은 사라졌지만

대신 엄마는 커다랗고 시뻘건 고무다라 몇 개와 올망졸망한 화분 몇 개를 가져다

흙을 채우고는 상추며 고추를 심기 시작했다.

상추를 따서도 먹고 다 자란 상추가 대야를 넘어기도 전에 따서 동네방네 돌리기 바빴다.

심지어는 몇몇 동네 식당에도 그냥 돌렸었다. 엄마의 상추농사는 나름 대풍년을 이루었다.

손만 대면 그렇게 풍성하게 야채며 식물을 키워내던 엄마 덕분에 봄이면 우리 집에는 상추며, 고추가 넘쳐났다.


하릴없이 시간이 남아도는 요즈음엔

그 여유로움에 대한 감당이 조금 버거웠다.

예전 같았으면 쉬기에도 모자랐을 시간인데,

쉬려고만 하면 자꾸만 잡스런 생각들에 스스로를 괴롭힌다.

기다리자고 마음먹었건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작정한 대로만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아니면, 내가 문제인지.


와중에 봄이었고, 엄마가 가져다주던 상추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나도 상추를 한번 키워보기로 했다. 모험일지언정.

원예점에 가서 상추와 쑥갓 모종을 3,000원 주고 샀다.

다이소에 가서 배양토라는 것도 샀다. 이건 5,000원이다.

문득 이 돈이면 상추 서너 번은 사 먹겠다 싶었지만 일단 저질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분을 사기는 아까왔다.

나름, 식물킬러... 로서의 죄책감이 발동이라도 한것인지...

화분대신 딸기상자와 테이크아웃 커피 컵을 쓰기로 했다.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초록의 푸르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바다보다 숲을 좋아하고 알레르기로 그렇게 개고생을 하면서도 숲에 가면 즐거웠다.

남들은 가을의 단풍이 좋다지만 나는 봄의 초록이 좋았다.

그래서 사월이 오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온갖 초록들이 올망졸망 올라오는 것을 보면 마냥 좋았다.


집안에 식물을 키워보고자 수없이 노력을 했겄만

내 손아래 죽어간 식물친구들의 수를 세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사할 때마다 다짐하며 집안에 들였던, 무수했던 나의 식물친구들....

"고무나무, 산세베리아, 금전수, 아레카야자"

키우기 쉽다는 모든 식물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갔다.

우리 집, 내 손 아래서.


성질 급한 나는 그렇게 식물 키우기를 포기했었다.

바쁘기도 했고, 아이 키우는 것도 힘에 겨워 아등바등 사는데 뭐 하나 싶기도 했었다.


그렇게 손을 놔버린지 한참이었는데

다시금 초록을 우리집으로 불러들이기로 마음먹었다.


"베란다 텃밭 만들기, 집에서 상추 키우기, 식물 키우기"

검색되는 모든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전문가가 되기야 하겠냐만은 그래도 남는 게 시간이니, 시도라도 해보자 싶었다.


그렇게 이른 봄, 쑥갓모종과 상추모종이 우리 집으로 왔다.

초보 식집사가 되었다.

챙겨할 것이 생겼다. 마음이 바빠진다.

상추모종 3개, 1,500원을 주구 샀다.
쓱갓 모종 6개, 이것두 1,500원이었다.
이주일 쯤 제법 자라났다. 나도 모를 용기가 났다.
20250601_125045.jpg 먹다 남은 방울토마토 몇개를 흙에 심었더니 한달쯤 지나자 싹이 솟아 올랐다. 거짓말처럼.
20250601_125036.jpg 제법 자라는 상추에 용기를 얻어 덥석 고추모종을 사왔고 한달쯤 자랐다.
20250601_125200.jpg 로메인상추, 아삭이 상추, 깻잎 몇개의 식물친구들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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