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인 따님은 ENA의 <나는 솔로>를 보고, 난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를 본다.
이 차이는 단지 ‘사회관계’를 중시하느냐 아니면 ‘자연’을 갈망하느냐의 차이일 뿐, 절대 꼰대라서 보는 것은 아니라고 그녀에게 강변한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 대부분 출연자들의 사연은 비슷하다. 힘든 삶을 살았고, 경제적 어려움이나 건강 문제로 인해 결국 자연 속에서 새로운 삶을 선택한 이들이다. 마지막에는"가족에게 미안하고, 내 선택을 응원해줘서 고맙다"는 말로 끝맺는다.
오랫동안 봐와서인지 출연자가 할 얘기를 매회 잘 맟추는 편이다. 내용이 뻔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을 계속 엿보게 되는 이유는, 이것이 자연을 향한 갈망을 대신 실현해주고 있어서 인 것 같다.
그래서 문득, '왜 나는,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속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도 각기 다를 것이다. 그래서 그 갈망의 이유를 세 개의 유형으로 나눠봤다. 이해의 편의성을 위해 각 유형별 적합한 인물들을 앞세운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소로우는 <월든>에서 문명의 복잡함을 떠나 숲 속에서 간소한 삶을 살았다. '월든'은 그가 살았던 호숫가의 이름이기도 하다. 소로우에게 자연은 자유와 자아 성찰을 위한 장소였다. 그는 자연 속에서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 삶의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진정한 자유를 찾고자 했다.
소로우는 말한다:
나는 의도적으로 살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삶의 본질적인 사실들만 마주하며, 삶이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내가 죽을 때, 살아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 유형이라면, 아마 정신적, 영적 성장을 이루고 싶은 시·공간으로서 자연을 찾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로우가 그랬던 것처럼…
허먼 멜빌, <모비 딕>의 에이허브 선장
에이허브 선장은 자신의 한쪽 다리를 앗아간 거대한 흰 고래, 모비 딕에 대한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다. 그의 여정은 모비딕에 대한 복수이자, 자연의 거대한 힘에 맞서는 투쟁이다. 에이허브는 자연을 적으로 보고, 그것을 정복함으로써 자신의 존재와 한계를 시험하고자 한다.
에이허브는 말한다:
태양이 나를 모욕한다면, 나는 그 태양을 공격할 것이다. 태양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나 역시 그럴 수 있다.
이 유형은 자연을 도전의 대상으로 삼고, 그 안에서 승리와 성취를 쟁취하려는 것이다, 자연은 그들에게 또 다른 투쟁의 장이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
지주(地主)인 레빈은 귀족 사회의 허무와 모순을 느끼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골 농장으로 돌아간다. 그는 사랑했던 키티에게 청혼했으나 거절당한 상처를 안고, 복잡한 인간 관계와 도시 생활에서 탈출해 농사에 몰두하며 시골에서의 삶을 살아간다.
살면 살수록 더 느끼는 것은, 삶의 의미는 어떤 사상 체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삶을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레빈에게 자연은 심리적 안정과 자기 성찰을 위한 도피처이자 안식처다. 그는 자연 속에서의 삶을 통해 상처받은 자신을 치유하고,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고자 한다.
이 유형이라면, 인간적 갈등과 복잡한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평온을 자연 속에서 찾고 싶은 것이다. 자연은 그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치유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자연에 대한 갈망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자연에서 살고 싶은 이유를 부단히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연에서의 삶에 대한 갈망을 실현하려면, 먼저 그 이유부터 명확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