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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마치며

<수영하듯 살자> 에필로그

by 박바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 주를 쉬었습니다. 얼마나 멋들어지게 말하려 그러는지, 피식 한숨을 쉬었습니다. 지금에서야 알 것 같습니다. 잘 쓰고 싶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이번 이야기, 처음 수영을 시작하고 집필을 마음먹었던 시절을 어떻게 떠나보내야 하나 막막했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게 있더랍니다. 육지에 사는 동안 좁은 곳을 부대끼느라 서로 밀치고 긁기 바빴습니다. 먼 곳을 바라보느라 눈과 머리가 뻐근했습니다. 그러다 물에 발을 들였습니다. 거창한 목표를 잃고 모래알만 한 작은 시도를 쌓았습니다. 내 안에서 깨진 무언가가 점점 단단하게 뭉쳤습니다.


그럼에도 운동이 늘 그렇듯 가끔 지겹고 힘이 들었습니다. 그때 다양한 세월을 지닌 이들을 마주쳤습니다. 청소년과 청년, 중년, 어르신까지. 한 물속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눈가에 주름을 지어주는 이들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방 밖을 자주 나가고 싶어졌습니다. 제 자신을 자주 벗어나게 됐습니다. 저와 조금 멀리 떨어져도 저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되려 우뚝 서 있었습니다. 이제는 나와 비슷한 존재를 마주해도 속이 평온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 쓰기로 다짐했습니다.


쓰고 다시 써도 늘 아쉬움이 남습니다. 수영 관람석에 앉아 엄마를 기다리는 수다쟁이 초등학생, 늘 한 자리를 지키는 라이프가드 선생님. 뒤늦게 발견한 장면이라 아쉽습니다. 나중에 짤막한 글로나마 남겨보겠습니다.


수영을 마치며, 여전히 고개를 숙여 발끝을 바라보고 있을 이들을 종종 상상합니다. 아무래도 우리는 아가미가 없는 육지 동물이니, 다시 땅만 바라보는 날이 오리라 각오합니다.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호흡하기 위해 잠깐 고개를 돌릴 수만 있다면, 그러다 새로이 발견한 것이 있다면 주저 없이 다가서려 합니다. 물속에서 만난 풍경이 꽤나 멋졌으니까요.


이런 추억들을 모아 버거운 아침에 다짐합니다.

수영하듯 살자.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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