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을 다시 오픈하고 나는 곧 바빠질 것이고 남편은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보는 일로 다시 혼란스러워지면 어쩌지? 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남편과 나는 아이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해 주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갔다가 아무도 없는 빈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이제는 익숙해져야 하는 일 이라고 말해주었다.
일찍 핸드폰을 갖게 된 아이들이어서 다들 핸드폰 시간 관리를 해주라고 얘기했지만, 남편과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자유롭게 절제하도록 했다. 그 대신 아이들과 약속을 했다.
약속의 이름은 - 미션 수행 후 사진 보내기!! -
1. 집에 오면 알림장을 사진 찍어 보내기
2. 그날에 해야 하는 숙제를 해서 다시 사진 찍어 보내기
3. 엄마 아빠가 퇴근하고 집에 올 때까지 해야 할 것들을 한 후, 사진 찍어 보내기
4. 나머지 시간은 핸드폰을 하도록 자유를 주었다.
아빠가 낮에 돌봐 줄 수 있는 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내가 미용실을 일찍 마감하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돌보기로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끼리 방치되어 집에 있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그리고 또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다짐한 것이 있었다.
“엄마 아빠가 많이 서툴러서 잘 안 될 때도 있겠지만 엄마 아빠는 최대한 너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 줄 것이고 너희들을 이해 할 테니 우리 잘 지내보자~. 엄마 아빠의 감정을 먼저 내세워 너희 들을 다그치는 일은 없을꺼야 ”
두 아이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큰 아이가 딸인 것이 나는 다행스럽게만 느껴졌다. 아이가 나를 잘 도와줄 것 같은 마음에 안심이 됐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는 자신의 고집과 주장을 내세우려 할 때가 있다. 그때 나와 남편은 어떻게 해야할까?
보통은 고집을 꺾으려 할 것이다. ‘버릇은 초장에 고쳐야 한다.’ 뭐 이런 근거로 아이의 주장은 이내 부모로부터 꺾이고 만다.
아주 간단하게 “안돼!” 아이의 고집은 잠시 짓밟히겠지만 다음에 고집이 나올 땐 더 강한 고집이 나올 것이다.
나는 그 강한 고집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우린 아이와 서로에게 좋은 타협이 뭔지 찾는 길을 택했다.
그것이 바로 귀 기울임. 아주 간단하더라. 이 아이가 왜 이런 고집을 부릴까?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것들은 문제 삼지 말기로, 또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것들은 허용하기로, 허용할 수 없는 것들은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하기로 아이들과 함께 합의하여 만든 우리 집의 규칙이 되었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나의 어릴 적 사춘기시절을 떠올려보니 아이들의 행동이 이해 안되는 부분이 없었고 대부분은 문제 될 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아이의 행동들이 단지 부모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아이의 옷 입는 것, 아이의 소소한 버릇, 먹는 식습관, 아무것도 문제될 것이 없는데, 손님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아이 옷 입는게 맘에 안 들어 혼냈다는 부모, 아이의 어떤 버릇을 고쳐주려 혼내는 부모, 편식하는 것이 싫어 혼내는 부모, 왜 그런 문제 되지 않는 것들로 에너지를 낭비하는지 조금 한심스럽기도 하다.
나는 어릴 적 손톱을 물어뜯는 아이였다. 엄마는 내 손이 입으로 들어갈 때면 손등을 세게 때리셨다. 눈을 깜짝이며 손을 맞고 내린, 어릴 적 내가 불쌍하다.
우리 아들도 어릴 적 손톱을 물어뜯어 개구리 손처럼 커졌었다. 나는 아이의 손톱이 없어지는 것을 보며 매일 안타까워했다. 물론 아이는 아이여서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초등 6학년쯤 되었을 때 아이에게 인터넷에서 물어뜯은 손톱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 아이가 놀라며 헛구역질을 하고는 울어버렸다.
“ 엄만 유성이 손톱이 이렇게 될까봐 걱정이 돼. 조금만 노력해 볼 수 없을까? “
진짜 놀랍게도 아이는 10개 손톱을 다 물어뜯던 걸 서서히 한 개로 줄이더니 어느 날부터는 버릇이 없어지고 지금은 아주 예쁜 남자 아이 손이 되었다.
뭐든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 되는데, 부모는 기다림 없이 맘에 안 들어 할 때가 더 많다. 그리고 항상 참을 만큼 참았다고 하더라 .
어느 날 손님이 아이가 옷을 엄마 맘에 안 들게 골라 입고 가서 아침에 짜증이 났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
나는 이내 손님에게 반문 한 적이 있다.
“그게 왜 문제예요? 아이가 좋아하는 옷 입으면 되는게 아닌가? 엄마 맘에 안 들어 혼 낼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뭐 이런 반문.
그냥
“ 아 ~ 그래~ 그거 입고 싶어? ~ 조금 추울 것 같은데 괜찮겠어?” 여기까지가 나의 생각이지 강요해선 안된다.
부모의 말은 아무리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인 것 같아도 아이가 느끼지 못하면 그저 잔소리에 불과하다. 아이가 부딪히고 느껴봐야 비로소 제 것이 되는 것이다. 화낼 일 아닌 것에 화내지 않으면 안되나??
우리부부는 거의 모든 일에 아이들을 꾸중하지 않는다.
크게 문제 되는 것들이 없기 때문이다.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것들은 아이들에게 뭐든 허락했고, 절대 안되는 것들은 무섭지 않게 편안한 목소리로 안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나면 참 고맙게도 수긍하는 초등 고학년을 보냈다.